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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Dec 04. 2022

우리들 모두 이별에 약한게 맞는 모양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첫번째 입원당시에도 아버지는 며칠이면 돌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을 테고, 엄마는 며칠만 기다리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버지를 배웅했을것이다.  


육신이 사라지면서 세상에 남겨 두었던 모든 것들도  아버지를 따라 소각되거나 필요한 누군가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버지가 있었던 자리에는 이제 엄마의 지문이 덧 대지고 있는 중이다. 


그 시간 이후 모든 공간과 부모라는 영역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지워져 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미 지워져버린 존재가 되었으리라.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지인은 3년정도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지운것인지, 지워진것인지 슬픔의 경계가 흐릿해질때가 있다고 했다. 


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인것 같다. 마음속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탄생이 되고부터 지금까지 그에 관련된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중이다. 죽음은 가지각색의 사연들을 가지고있다. 


며칠전 보았던 일본 드라마에

저는 이별에 약해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는 하지 않고 떠날래요...

라는 장면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누가 이별에 익숙하단 말인가" 라는 혼잣말과 함께 우울함을 가득 채운 우물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하루종일 머문적이 있다. 


그날밤 아버지가 꿈에 찾아 오셨다. 그리고 내 손을 잡고 환한 미소와 함께 나를 꼭 안아주셨다. 아마도

딸의 마음속에서 계속 생겨나는 슬픈 주름이 조금이나마 펴지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막내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뵈러 길을 나섰다. 시간이 흐르고 있는중이지만 친정 엄마와 나 그리고 형제들 모두 온전하게 계절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 계절이 아무리 바뀐다 한들, 아버지의 부재가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속 생각은 그만둘 수가 없을 것 같다. 


역시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들 모두 이별에 약한게 맞는 모양이다. 좀처럼 이별에 익숙해 지지 않는것도 맞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납골당을 나서면서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는 별도로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드라마를 다시 한번 봐야할것 같다. 이번에는 이별에 약이 될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부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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