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까지 거리는 (이정록)
병풍 두께 2.5cm
꽃 피고 새가 나는
병풍 한쪽은
기쁜 날에 펴고요
먹글씨만 쓰인
다른 한쪽은
슬픈 날에 펼쳐요
삶도 죽음도
병풍 두께 2.5cm
젖먹던 입부터
숨 거두는 콧구멍까지도
살다보면 그때 그때 나의 상황에 따라
마음으로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다.
아버지를 보내고 난 후로는
타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 헤메이고 있다.
오늘은
저승까지 거리는 이라는
이정록 시인의 문장들이
나를 잡아당겨서
그 곳에 머물게 하고 있다.
삶도 죽음도
병풍 두께 2.5cm
읽고 또 읽어 보는중이다.
이 문장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문득
그럼 생의 저편에 있는 아버지와
그 반대편에 있는 나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몸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거리는 멀겠지만
마음으로 다가갈수 있는 거리는
충분히 좁혀질수 있으리라.
다만
아버지 생각에 버튼이 눌러지는 순간만 가능한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