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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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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 수집가 Feb 13. 2023

마음이 머무는 문장

저승까지 거리는  (이정록)  


병풍 두께 2.5cm          

꽃 피고 새가 나는     

병풍 한쪽은     

기쁜 날에 펴고요   

       

먹글씨만 쓰인     

다른 한쪽은     

슬픈 날에 펼쳐요    

      

삶도 죽음도     

병풍 두께 2.5cm          

젖먹던 입부터     

숨 거두는 콧구멍까지도    



      

살다보면 그때 그때 나의 상황에 따라 

마음으로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다.  

        

아버지를 보내고 난 후로는     

타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 헤메이고 있다. 

         

오늘은    

저승까지 거리는 이라는

이정록 시인의 문장들이 

나를 잡아당겨서 

그 곳에 머물게 하고 있다. 


삶도 죽음도     

병풍 두께 2.5cm  

  

 읽고 또 읽어 보는중이다. 


이 문장에서 한참을 머무르다가

문득 

그럼 생의 저편에 있는 아버지와

그 반대편에 있는 나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몸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거리는 멀겠지만

마음으로 다가갈수 있는 거리는

충분히 좁혀질수 있으리라.


다만 

아버지 생각에 버튼이 눌러지는 순간만 가능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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