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중에 본방과 재방송을 다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몇개 있다. 그중에 하나가 tvn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함께 진행하는 유퀴즈온더블럭이다.
유퀴즈온더블럭 제 33화에서 ‘나의 인생을 연극 한 편으로 말한다면, 어떤 장르인지? 라는 물음에 어떤 사람은 '미스테리' 어떤 사람은' 다큐멘터리' 어떤 사람은 '희극' 등 다양한 대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한분은
인생 장르가 미스터리라며, 그속에서 배역은 회사에선 조연, 우리 집에선 주인공 이라며 유쾌하게 말을 했다.
나도 생각해보았다.나는 연극의 장르가 아닌 문학의 장르로 바꾸어 대입을 해보았다. 지금 이전에는 소설이었던것 같다. 흔히들 내인생 이야기로 쓴다면 소설 몇권은 될거라는 말들을 한다. 삶에 대한 서사와, 그 속에서 겪어야 하는 희노애락 이 가득하기에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노(노여움)와 애(슬픔)가 더 많다고 느껴져서 일수도 있다. 나도 지금 이전의 대화속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랬던것 같다.하지만 지금 현재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물론 에세이에도 희노애락이 들어있다.
다만 소설처럼 사건의 기승전결, 시작과 결말로 구성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편안하게 다가갈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토리가 이어져 있는 소설은 처음부터 읽어야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에세이는 그 챕터 자체가 글이 주인공들이기때문에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 이야기속으로 스며드는게 두번째 장점이다.
그런면에서 요즈음의 나의 일상이 에세이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먹고사니즘 속에서는 온전한 나의 감정과 평화는 많이 배제되어 있었다. 타인을 위한 조직을 위한 그 시간들을 어느정도 견디고 난 지금은 점점 생략되어 지고 배제되어 있던 내 감정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그 방편의 하나로 글을 조금씩 써보기 시작했다.
손끝에 촉각을 모으고 톡톡톡 자판을 두드리다보면 소란스러웠던 감정들이 자판을 벗어나 백지위에 하나씩 둘씩 글자의 모습으로 단어로, 문장으로 제 자리를 찾아가 준다. 길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거창함을 절제한 평범한 모습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온종일 그 존재들을 관찰하다 보면 열중에 다섯은 나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오늘도 어쩌다 본 유퀴즈온더블럭 한편이 나의 에세이중 하나가 되어줄것이다.
아직은 마주할 용기가 없는 감정들도 많이 있지만 한편이라도 쓸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바라건데 조금 더 나이가 들면그때는 내 인생의 장르를 시(詩)로 표현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