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부라는 단어와 부모라는 단어로 채워졌던 퍼즐에 글자 하나가 비워진지도 벌써 3년이 지나고 있네요. 틈이 나는대로 엄마의 안부를 살피고 있지만, 그 빈자리의 공백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도 엄마를 뵈러 시골에 다녀왔는데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보였던 나때문에
엄마의 근심에 주름들이 잔뜩 보태지고 말았답니다.
그런 엄마에게 재취업을 하고
오랜만에 업무에 적응중이라서 그런거라고 말했지만
느닷없이 아프고, 느닷없이 떠나 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이 났는지
나의 손을 잡고는
건강해야 한다. 아프지 말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라는 말을 계속 계속 반복했어요.
알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엄마는 그후로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나에게 몸에 좋은 거라며 흑염소 진액을 보내왔어요..
택배를 받고, 고맙다고 말하는 나에게
엄마가 그랬어요
고맙다는 말 대신에
잘 먹고 아프지 않겠다고 말해달라고요.
평소에 모녀의 정보다 맏딸로서 역활에 충실했기에, 알겠다는 말조차 다정하게 해드리지 못한거 같아요.
미안하고 죄송했지만
왜 그렇게 엄마가 어렵기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담장을 넘어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억척스러움이 담겨 있기도 했고
뭐든지 나의 몫으로 돌아오는 현실의 부수러기들이 너무 싫어서 엄마를 더 이해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그렇게 엄마와 나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마음의 거리가 생기고 말았지만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알게 되었어요.
일곱식구들과 먹고사니즘의 현실이 팍팍했기에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요.
아버지가 떠나고 엄마는 몇번이고 저에게
너도 어렸는데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해서 미안했다는 사과와 함께
마음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를 쓰고 계셔요.
저역시도 부모로서, 엄마로서, 한 여인으로서 고단했던 엄마의 삶을 안아주려고
노력중이기도 하고요.
흑염소 진액
한팩에 한걸음씩 마음의 거리도 좁혀질거라 믿고 싶어요.
아버지도 그러기를 바라시겠지요?
엄마의 사랑이 흑염소 진액과 함께 배달되어 온 만큼
사랑과 감사를 담아 복용해 볼께요.
다 먹을 무렵이면, 엄마가 보내준 마음이 내 몸과 마음 구석 구석을 채워 주리라 믿어요.
그리고 열심히 복용 한 후에 엄마에게 말하려고요
엄마가 보내준 사랑 덕분에 잘 먹고 덜 아프게 되었다고 말이예요.
엄마가 보내준 마음 덕분에 모녀의 정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고 말이예요.
엄마가 다가오는 걸음의 보폭보다 두배 세배
더 큰 걸음으로 다가가겠다고요.
아버지 저 잘하고 있는거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