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새벽에 울린 한통의 부고 문자가 나의 단잠을 침범했다.
더듬 더듬 핸드폰을 찾아서 실눈을 뜨고 내용을 확인해 보니, 친구의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며칠전까지 아버지가 아프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데 이게 뭔일일까 하는 혼잣말을 데리고, 부랴 부랴 예매를 한 고속버스를 타고 천안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급히 나오느라 확인을 못했던 옷 매무세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한 숨을 돌리고 나니, 2년전 나의 친정 아버지의 부고를 보내던 나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부고를 보내고, 조문을 받는 그런 절차보다도 이제는 아버지가 나의 곁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게 먼져였던것 같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의 부재가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친구 역시 그런 마음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둥둥 떠나니면서 도착한 장례식장, 먼져 도착한 친구들과 조문을 마치고 나서야
식당에 앉아서 당사자인 친구에게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듣게 되었다.
평소 뇌경색이 있었는데 목욕탕에서 쓰러지셨고,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병원에서 일주일동안 견디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마도 똑같은 말을 우리뿐만 아니라 조문을 온 지인들에게 반복하고 있었을 친구의 어깨를 살포시 안아서 토닥여줬다. 그 어떤 위로도 친구의 슬픔을 대신할 수 없다는것을 알기에 말을 보태는것보다 그게 더 낳을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88세 이시고
평소 잘 생활하다가
병원에 입원한지
일주일만에 떠나셨으니
호상이네요"
조문을 온 문상객중 한명이 친구의 친정 어머님과 식구들 테이블에서 건네는 말소리가 우리의 자리까지 넘어왔다. 그분의 말에 그 공간에 있던 다른 분들도 다 같은 마음이라는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들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그누군가에게는 가 닿지를 못했나 보다. 조용히 듣고 있던 유가족중 한분이
죽음앞에 호상은 없습니다.
특히 남편을 떠나 보낸 부인의 심정은 더욱 그렇구요
라는 말과 그 자리에 어색한 공기만을 형성한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사실 조문을 온 그분은 특별한 의도없이 유가족에게 위로차 건넨 말이었으리라.다만 그런 반응이 나올거라고는 아무도 생각도 못했을 테지만말이다.
친구보다 앞서 친정 아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나 역시도 죽음앞에 호상은 없다..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죽음 앞에서 정해진 순서는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