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대변하고 있는 또 다른 존재, 흰머리와 함께 지하철을 이용해서 마실을 나서던 길이었다.
평소에 나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그날도 지하철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발도 보고, 가방에 달린 악세사리도 보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도 보면서 나만의 평화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왼쪽을 보았으니까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나란히 앉아계신 어르신 세분과 눈이 마추지고 말았다. 그리고는 나의 머리를 보더니 '내 머리도 저래?' 라고 크게 소리를 쳤다.
그 순간 고요하던 지하철 내부의 시선들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모여들고 말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분이 그분 귀에다 대고 '아직은 아니야..'라고 속삭이듯이 조용히 대답을 해줬지만 '그래두 나 염색 해야겠다' 라고 말하면서 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위아래를 번갈아서 훓어 내리고 계셨다. 아마도 어르신들 세분은 친구이신모양이다.
한분은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한분은 조용히 말하라고 타이르고 한분은 본인의 머리를 계속 만졌다.
그때부터 세분의 눈동자 여섯개가 내가 뭘하든 자꾸만 따라다녀서 나도 같이 눈을 크게 뜨고 씨익 웃어드렸더니 시선과 몸의 기울기를 본인들쪽으로 서둘러 거두어 주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거울이 되어 머리를 신경쓰이게 해 놓은 것이다. 마주보는 위치에서 보면 나는 그 어르신들에게 더러운 얼굴의 굴뚝청소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에서의 이런 상황은 이제 익숙하지만 그런 시선을 주는 사람들은 내 또래이거나 나보다 더 연배가 많으신분들이라는거다. 지나친 관심의 무게가 버거운 나로서는 오히려 젊은 친구들의 무관심이 고맙게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내려 친구들에게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을 해주자 "어디가도 핫하구나 너의 머리색은" 이라고 말을 해준다. 오늘도 나의 핫 아이템은 흰머리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