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후두둑 툭
토도독 톡
도르르 륵
스르르 륵
버스 창가를 타고 내리는 빗방울
그 길을 따라가다가
저 너머에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
우리의 뒷모습도 보고
그 사이를 흐르던 음악도 듣고
세상 짐 다 진 듯 고민했지만
세상 짐을 몰라 가벼웠던 시절임에
비로소 티 없던 그 시절에 웃음 짓다가
거울에 비친 무표정의 낯선 저 얼굴
그 시절 풍요로울 것만 같던
그 연배이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다 만난
낯설고 어색한 표정
마음은 아직도 창가 너머에 있어
창 안에 있는 나를 애써 외면하나
얼만큼의 시간이 지난 그때
버스 창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을
아니 버스를 탈 힘조차 없을 그때에는
지금 이 모습이 그리도 아름다워
주름 가득한 미소 짓겠지
비 내리는 버스 창을 사이에 두고
내가 거기에 있는지
내가 여기에 있는지
내가 거기에 있을지
내가 여기에 있을지
창가에 끊임없이 부딪혀 내리는
빗방울들의 줄기를 따라
내 마음도 내 생각도
정처 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