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의 역설_02
역세권은 청년만 필요한 정주 여건인가?
박사과정 시절 연구실 논문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청년들의 출퇴근과 주거 지원 에 관한 분석한 연구생이 있었는데 분석 결과에 대한 논의(discussion)로 정책적 차원에 서 역세권에 청년의 주거를 지원하는 주택이 많이 보급되어야 하는 것을 제안하는 것을 들으며 ‘좀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로 출퇴근 시간이 늘어나므로 역세권에 청년들을 위한 주택을 많이 공급하자고? 역세권은 청년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는 성인들이라면 너도나도 필요한 정주 여건인데? 신기하게도 그 시기에 청년주택 연구는 쏟아졌고, 결과적으로 청년주택이 급격히 공급되기 시작하였다. 매우 기형적인 형태로 주변 주택가 경관도 무시하고, 거대한 두부 덩어리 같은 대형 매스(mass)1) 가 기성 시가지 한복판에 건립되고 있다.
역세권은 정주 환경을 선택하는 주요한 물리적 환경 여건 중 하나이다. 나 또한 결혼하 고 신혼집을 구할 때 역과 가까운 거리를 우선 요건으로 꼽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요건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요건이다. 이 역세권을 청년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 하여 제공한 청년 역세권 주택은 공간적으로 평등해야 하는 국토 환경에 청년 이외의 계 층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꼰대 식의 논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따르는 만큼 주거 부담을 감당해 내는 자가 유리한 입지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해 준다고 집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면서 직장과 집의 모빌리티를 원활하게 하는 교통 인프라를 재점검하는 것이 장 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앞서 언급하였듯이 역세권 주택이 고밀화되어 입지되는 부분도 재고할 필요가 있 다. 시가지 경관을 매력적으로 조성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주변 경관과의 맥락은 맞출 필요가 있다. 청년 역세권 주택이 들어선 곳을 옷의 코디에 비유한다면, 10년 이상 입었 던 데일리 룩에 요란한 컬러의 킬힐을 신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청년 역세권 주택이 과연 전국적으로 균질하게 분포되어 있는지도 공간환경 전문가들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청년 역세권 주택이 한 정부의 정책 기조로 추진된 배경이 있는 만큼 공간의 형평성보다는 빠른 시간에 신속하게 입지시킬 수 있는 위치에 치중한 것은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참고로 나는 학부와 석사는 조경학을 전공하였고, 박사는 도시계획을 전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