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소더버그가 선사하는 삑사리의 재미
그가 돌아왔다. 은퇴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스티븐 소더버그'는 '쇼를 사랑한 남자'를 마지막으로 잠시 감독직을 내려놨었다. 말이 은퇴지 그 사이 TV 시리즈도 연출하고 영화판에서도 촬영이나 편집 등 작업을 통해 꾸준히 활동했던 그가(크레딧에서는 예명을 사용해 촬영은 아버지의 이름인 피터 앤드류스, 편집은 어머니의 이름인 매리 앤 버나드로 표기한다고 한다), 드디어 제대로 된 복귀작을 들고 왔다. 하필 2017년에 '로건'이라는 역대급 슈퍼히어로 무비가 나오는 바람에 다소 김이 새버렸지만, 스티븐 소더버그의 신작 '로건 럭키' 또한 만만치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알고, 하이스트 무비도 만들어 본 사람이 잘 만든다.
'로건 럭키'는 '전형적'이라는 말이 전혀 아쉽지 않은 그런 하이스트 무비다.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힘을 모아 한 곳을 턴다라는 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스티븐 소더버그는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를 통해 무려 3번이나 선보였다. 하지만 '오션스 일레븐'과 '로건 럭키'는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전혀 다른 재미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션스 시리즈가 톱배우들의 앙상블을 통해 보여주는 갈락티코스러운 재미였다면, 로건 럭키는 얼간이들이 보여주는 티키타카가 매력이다.
'로건 럭키'의 배경은 웨스트 버지니아다. 영화 속에서 보여진 것처럼 광물 자원으로 먹고 사는 곳이며, 또 영화 속에 언급된 것처럼 2014년 석탄 공장의 화학 물질이 식수염을 오염시킨 바람에 상수도가 통째로 마비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굉장히 시골 동네로 취급 받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한탕(?)을 하는 영화라는 점이 재밌다. 그렇다고 주인공들이 그리 똘똘해보이지도 않는다. 어딘가 모자란, 쉽게 말하면 루저들이다. 특히나 운이 없기로 소문난 '로건' 가문 출신의 삼남매라면 더욱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한탕극이 아니라 일종의 소동극같아 보이기도 한다.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자꾸만 변수가 생기고, 이런 소소한 변화들이 은근한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하지만 '로건 럭키'라는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이런 '삑사리의 미학'이다. 영화는 예상 외로 유머 코드가 강한데, 시종일관 킬킬거리면서 영화를 볼 수 있을만큼 자연스러운 유머로 가득하다. 특히나 할리우드에서도 핫하기로 소문난 '다니엘 크레이그'와 '채닝 테이텀', '아담 드라이버'가 보여주는 '환장'의 콜라보는 기대 이상의 그림을 보여준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이런 삐끗한 재미를 놓치지 않고, 예상 외의 감동까지 안겨준다. 예상치 못한 탄탄한 계획과, 그 계획을 뒷받침할 플랜B, 그리고 또 돌발 상황까지, '로건 럭키'는 자신들이 벌인 한바탕 소동극 자체를 시원하게 즐긴다. 이렇게 영화가 주는 재미도 일품이지만,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나사가 하나 정도 빠진 듯한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월부터 빽빽한 개봉 라인업 사이에서 '로건 럭키'가 얼마나 운좋게 흥행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스티븐 소더버그'가 여전히 영화를 연출해야할 이유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