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토마토로도 요리를 해내는 4DX
'후드'를 여의도 4DX 시사회를 통해 조금 일찍 볼 수 있었다. '후드'는 작년에 재밌게 봤던 작품인 '킹 아서 : 제왕의 검'이 생각나는 영화였기에, 하반기에 기대되는 오락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예고편에서부터 리들리 스콧의 '로빈 후드'와는 결이 다른 판타지 퓨전 사극 느낌을 뿜어낸다. 하지만 아쉽게도 화살을 총처럼 쏴대는 이 새로운 영웅은, 러닝타임 내내 쉴 새 없이 활시위를 당기지만 아쉽게도 무엇 하나 제대로 맞추진 못한다. 썩어버린 토마토와 엎어진 팝콘통이 충분히 이해가 갈만한 부실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4DX는 이 썩은 토마토로도 요리를 해내는 기적을 선보인다. 이제까지 영화에 MSG만 뿌리는 줄 알았더니, 이젠 백종원 마냥 집중 코치를 선보이며 죽은 영화를 살려내고야 만다.
오프닝부터 '후드'는 고증에 신경쓰면 지는 거라고 못을 박는다. 그만큼 이번 '후드'는 '킹 아서'처럼 MTV 스타일로 부활한 '로빈 후드'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영화의 시작은 간결하다. 노팅엄 영주에게 속아 십자군에 끌려간 부잣집 도련님 '로빈'이 전쟁에서 돌아와 '로빈 후드'라는 민중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라는 이야기인데, 중반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로빈의 성장과 영웅으로의 각성, 마리안과의 사랑, 윌과의 복잡미묘한 관계, 영주에 대한 복수, 종교에 대한 비판, 민중의 목소리까지 한번에 담으려니 너무나도 벅차다. 그냥 차라리 시원한 액션 활극에만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을, 어설프게 여러 이야기를 끼워넣다보니 인물들의 심경도 급작스럽게 바뀌고 영화도 템포를 잃고 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액션' 하나는 그나마 괜찮다.
4DX로 봐서, 그리고 여의도에서 봐서 정말 다행이었다. 마치 만화처럼 현실성이 떨어지는 액션 장면이어서 오히려 4DX와는 궁합이 잘 맞았다. 초반 십자군 전투 장면은 마치 '블랙 호크 다운'이 생각날만큼, 화살의 속도와 파괴력을 사이드 에어와 페이스 에어, 진동 효과로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예고편에도 나오는 '로빈'이 선보이는 무지막지하게 빠른 활솜씨를 4DX 페이스 에어와 사이드 에어가 정말 맛깔나게 살린다. 이제까지 본 4DX 영화 중에서 페이스 에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게다가 악당들이 화살에 맞을 때도 백티클러 효과가 제대로 더해진다.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낸 역동적인 액션을 더 잘린 모션 체어도 그렇고, 화살의 박힘 정도에 따라 백티클러의 강도가 다른 것도 재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차 추격 시퀀스다. 무슨 카레이싱하듯이 마차 두 대를 이용해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는데 여기도 4DX가 한 몫한다. 탈 것이 들어간 장면답게 모션 체어나 진동 효과, 그 와중에 쏘아대는 화살을 느낄 수 있는 사이드 에어나 페이스 에어도 좋았지만, 정말 마차를 타는 현장감이 들도록 윈드 효과가 마차 시퀀스 내내 몰아친 것도 인상적이었다. CGV 여의도답게 효과들의 강도가 꽤 센 편이라, 액션의 재미를 더 잘 살려낸 게 아닌가 싶다.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레인 효과나 안개 효과도 심심찮게 사용된 편이라,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은 없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후드'는 어느 포맷으로 보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상당히 나뉠 것 같다. 영화의 완성도는 영 아니긴 하지만, 4DX로 보면 그냥저냥 킬링타임 오락 영화 정도의 재미는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였던 '트리플 엑스 리턴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영화는 정말 별론데 이상하게 재미는 있는 기묘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후드'를 보실 예정이시라면, 4DX로 한번 보시는걸 추천한다. 개봉날인 28일이 4DX DAY라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인 10000원에 보실 수 있으니(RED CARD까지 쓰면 7000원에 관람가능), 그 날을 한 번 노려보시는 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