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강력한 '분노의 주먹'
올해만 해도 배우 '마동석'은 '챔피언', '신과 함께 - 인과 연', '원더풀 고스트', '동네 사람들'에 이어 '성난 황소'까지 무려 5편의 영화를 쏟아내며 물들어 올 때 노젓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이중 '원더풀 고스트'나 '동네 사람들'같은 경우 '범죄도시'가 개봉하기 전에 찍어둔 작품이라고는 하나, 대중들은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서 작품을 보지는 않는다. 사실 '마동석' 말고도 올해 여러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은 배우들도 많다. 하지만 대중들이 유독 '마동석' 배우에게 피로감을 느끼는 이유는, 늘 비슷한 이미지와 비슷한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성난 황소'는 아예 대놓고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먹힌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말이다.
'성난 황소'는 단순한 영화다. 그건 영화를 만든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다 안다. '성난 황소'에서 영화적인 성취나 그런걸 기대하고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보단 '마동석'이 얼마나 악당들을 신나게 줘패는지 스크린으로 확인하고 싶은 관객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성난 황소'는 참 정직한 오락 영화이긴 하다. 예고편에서도 봤듯이 '성난 황소'에서도 '마동석'의 원펀맨같은 캐릭터는 그대로다. 스치면 가버리는 주먹을 가졌지만 내 여자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 이 남자는 이전 마동석 출연작(부산행, 범죄도시 등)들 속 캐릭터를 섞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대신 이 황소같은 남자가 진짜 열받게 만들기까지 예열 시간이 꽤 걸린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이르기까지 생각보다 액션을 아껴둔 느낌이 강한데, 그만큼 한 방의 폭발력이 있기는 하다. 마동석이 내지르는 주먹은 수십 번 봤어도 통쾌하다. 끓는 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영화는 소소한 웃음으로 채워넣는데, '박지환'과 '김민재' 두 조연의 너스레가 쏠쏠한 재미를 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무리 맞춤 기획 영화라고 해도 너무 단순하고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도는 제로에 가까우며, '김성오' 배우가 연기한 악역도 괜찮은 설정과 연기에 비해 쓰임새가 별로인 점이 아쉽다. '성난 황소'는 극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볼만한 오락 영화로는 나쁘지 않은 정도이긴 하지만, 큰 감흥을 주지도 못한다. 물론 올해 마동석 주연작 중에서는 그나마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마동석 배우는 너무 빠른 캐릭터 소비로 가진 이미지를 낭비하는 것 같은데, 차기작 선택에 있어서 좀 더 고민을 해야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