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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후기

본연의 매력을 잃고 유행을 좇는데 그친다

by 조조할인

'데이빗 핀처'가 연출했던 할리우드 버젼의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나온지 7년 만에, '밀레니엄' 시리즈의 후속 영화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데이빗 핀처' 감독도, 주연 배우였던 '루니 마라'와 '다니엘 크레이그'도 없다. 심지어 '밀레니엄'이라는 간판도 떼버렸다. 게다가 영화는 2,3부는 건너뛰고 책의 4부로 바로 이어진다. 내적으론 속편이면서 외적으론 리부트인 이 괴상한 족보의 영화는, 옅어진 밀레니엄의 색깔과 짙어진 액션 오락 영화의 냄새를 풍긴다. 어째 리스베트의 능력치는 더 상승한 모양새인데, 영화의 매력은 평이해져버리고 만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3부작을 무척 재밌게 읽었고 스웨덴과 할리우드에서 만든 각각의 영화들도 좋아하지만, 그래서 더 새로운 작가가 이어 쓴 4부는 꺼려졌다. '스티그 라르손'이 아니면 별 의미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판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여러 사건들도 깔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3부 이후 나온 밀레니엄 시리즈의 책들은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팬심과 밑져야 본전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관람했다. 하지만 우려대로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운그레이드된 모양새이다. 분명 '밀레니엄' 간판을 떼고 본다면 '거미줄에 걸린 소녀'는 나름 볼만한 오락 영화 정도의 완성도는 갖추고 있다. 놀라운 능력치로 매력을 뿜어내는 주인공이 뛰고 구르며 악의 근원을 좇는 액션 스릴러 영화이지만, 아쉽게도 이건 '밀레니엄'이 아니다.



내가 내용을 까먹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을만큼(3부작 원작을 읽은지 시간이 꽤 지났긴 했지만) 이번 영화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안그래도 쩌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능력치는 좀 더 상승되었고, 무엇보다 놀라울만큼 감정적인 캐릭터로 변했다. 그리고 이게 '리스베트'인지 '제이슨 본'인지 헷갈릴만큼 액션의 분량도 상당히 늘어났다. 게다가 팀을 짜서 반격하는 모습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본연의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던 이전의 리스베트가 아니라, 대중들이 좋아하는 입맛에 캐릭터를 맞춘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던 이전의 포스는 사라지고, 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에 머물고 만다.


그리고 리스베트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캐릭터의 활용도도 아쉽다. 파트너인 '미카엘 블롬비스트'의 비중은 공기화되어버렸고, 악역이자 쌍둥이 동생으로 등장하는 '카밀라'의 존재도 어중간하다. 단단한 벽을 계란으로 치는 것 같았던 이전의 상대들에 비해서 무게감도 많이 떨어진다. 물론 그 와중에도 뛰고 구르며 온 몸으로 리스베트를 연기한 '클레어 포이'의 열연은 돋보인다. 이리 저리 안 좋은 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영화 자체도 킬링 타임 액션 스릴러로 그리 나쁘진 않다. 다만 밀레니엄 시리즈의 후속작이라는 것 때문에 실망감이 클 뿐이다. 과감하게 갈아엎으며 기껏 새 판을 짰건만, 걸려들기엔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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