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천사의 3D 테제
'제임스 카메론'이 <아바타>를 통해 3D 열풍을 불러일으킨지도 어느새 10년이 되는 해에 접어들었다. 단순히 영화 한 편을 뛰어넘어 수많은 3D 영화들의 제작 열풍은 물론이거니와 3D 상영관과 3D TV의 보급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아바타> 수준의 3D 레퍼런스는 꾸준히 쌓이지 못했고, '자막만 3D다'라는 불만과 함께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자연스레 3D 열풍도 사그라들었다. 별 효과도 없는 3D 영화에 비싼 가격을 지불할 관객들이 줄어들면서 국내 극장가에서는 이젠 IMAX 등 특별관을 제외하면 3D 상영은 찾아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3D 영화들의 입지가 줄어들대로 줄어든 현재, 3D를 전면으로 내세운 <알리타 : 배틀 엔젤>(이하 <알리타>)의 도전장은 놀랍다. 괜히 제작자로 '제임스 카메론'의 이름을 내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근래 가장 강렬한 3D 효과로 증명해보인다.
영화계 소식에 좀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제임스 카메론'이 <알리타>의 원작인 <총몽>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린 시간이 짧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비록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지는 않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로 <알리타>이라는 결과물은 꽤나 놀랍다. 원작인 <총몽>이 세상에 나온지도 세월이 꽤 지난만큼 <총몽>이 가진 레퍼런스도 여러 미디어믹스를 통해 소비되었다. 대단한 원작임에도 닳고 닳은 레퍼런스 때문에 오히려 빛을 잃은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을 떠올리면서 <알리타>도 걱정이 약간 앞섰지만, <알리타>가 가지고 있는 3D라는 무기는 생각보다 더 날카롭다. <알리타>의 3D는 닳은 레퍼런스에도 입체감을 돋보이게 만들며, 이미 낯이 익은 세계관에도 새로움을 불어넣는다.
영화 <알리타>는 몇십 년 전 나온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화려한 영상에 비해 의외로 내용은 올드하다. 기억을 잃은 사이보그가 여전사로 각성한다는 과정을 여러 익숙한 설정들로 그려낸다. 지나치게 어둡거나 철학적으로 파고들면서 관객들을 괴롭히지 않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좀 더 집중한다.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친숙하게 다가온 '알리타'의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3D의 존재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술집에서의 격투 시퀀스나 모터볼 시퀀스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보다는 영상미에 강점을 지닌 작품이니만큼 어느 포맷으로 보느냐에 따라 만족도에 차이를 보일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랜만에 '3D'로 필견해야할 작품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아바타>가 씨뿌린 영상 혁명이 어떻게 <알리타>로 꽃피우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