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넓게,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오르내린다
※스포일러 없이 최대한 에둘러 썼습니다.
2019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축하라도 하듯, <기생충>은 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평단의 압도적인 호평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논란과 잡음 없는 완벽한 수상이라는 점에서 더 인상 깊다. 게다가 이번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가 아니라 오직 영화 자체로만 평가했다고 밝히며 <기생충>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물론 봉준호 감독이 누누이 말했듯이 <기생충>은 실제로 기생충들이 창궐하는 재난 영화가 아니다. 그럼에도 황금종려상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놓고 봐도, <기생충>은 상당히 재밌다. 더 깊고 더 넓어진 봉준호 감독의 시선은 능글맞고 능수능란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훑고 후빈다.
봉준호 감독 영화들의 최고의 장점은 바로 재밌다는 점이다. 그가 바라본 한국 사회의 단면들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의 영화들은 언제나 장르적인 재미를 보장한다. <기생충>도 마찬가지다. 계급과 계층에 대한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그의 시선은 여전하지만, <기생충>은 상당히 재밌는 코미디 영화이면서 상당히 쫄깃한 스릴러 영화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중반 이후 변주되는 서스펜스는 히치콕 영화를 생각나게 만든다. 게다가 영화는 메타포와 상징들을 어렵지 않게 대비적으로 잘 그려내는데(<기생충>은 한동안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진행되었다), 뛰어난 세트와 미술의 디테일이 이를 뒷받침한다.
때로는 넓은 집을 좁게 활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깊게 파고들기도 하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훌륭한 세트장 못지않게 정교하게 계산된 촬영 또한 쉼 없이 오르내리며 캐릭터들과 상황들을 훑는다. 그리고 이 묘한 기류와 긴장감의 아슬아슬한 선을 잘 타는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도 일품이다. <기생충>은 이처럼 한국 사회의 계급투쟁을 두 가정의 모습에 비추어 유려하게 잘 그려낸다. 몰입감 넘치는 놀라운 재미는 물론이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내용들은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계속해서 영화를 곱씹게 만든다. 올여름 극장가를 조금 더 일찍 달아오르게 만든 <기생충>의 이 놀라운 성과와 기세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은데, 과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