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한여름의 성장통
7월 4일 목요일, <기묘한 이야기 시즌 3>가 드디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국내에서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 때문에 다소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아있지만(리메이크인줄 아는 분들도 은근 많으시더라), <기묘한 이야기>는 명실상부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대표작 중 하나다. 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당시 유행하던 온갖 서브 컬쳐들을 십대들의 모험담에 뒤섞은 이 시리즈는 마치 국내의 응답하라 시리즈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당시 유행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든다.
넷플릭스 간판 시리즈답게 지원도 팍팍 받는지 세트나 CG 수준이 상당히 훌륭하다. 게다가 지난 시즌 무리하면서까지 확장시켜 놓은 세계관에 답이라도 하듯 웬만한 영화 뺨치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시즌 스케일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몸도 마음도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성장통이다. 지하실에서 하는 던전 앤 드래곤보다 여자친구와의 키스가 더 흥미롭고, 이젠 아케이드 오락실이 아닌 쇼핑 센터를 휘저으며 우정을 쌓는다. 물론 커져버린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한 여름날 온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이들의 모험은 여전히 즐겁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진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처음 몇 화는 소소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고, 시즌 중반부터 놀라운 몰입감으로 휘몰아친다. (시리즈 자체가 약간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있는 것 같을 정도) 여러 곳에 흩어진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결말에 이르러 한 곳에 모이는 것도 이전과 흡사하다. 이번 시즌을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소재는 <신체 강탈자의 침입>로 보이는데, 이 말고도 <에이리언>, <터미네이터>, <시체들의 낮>,<쥬라기 공원>,<우주전쟁> 등 다양한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커진 스케일을 적극 활용하는 스펙타클한 시퀀스 뿐만 아니라, 호러적인 요소들까지 알차게 챙긴다. 무엇보다 마지막 화에 펼쳐지는 상상도 못한 듀엣은 <기묘한 이야기>만이 가진 명량한 매력을 제대로 살린 베스트 시퀀스가 아닌가 싶다.
또한 스케일을 키우느라 잠시 마을 밖으로 외출했던 시즌 2와 달리, 이번 시즌 3는 마을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며 이전 시즌의 캐릭터들과 소재들을 알차고 촘촘하게 활용한다. 기존 캐릭터들의 고른 활약 뿐만 아니라 새로 합류한 캐릭터들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더욱 만족스럽다. 다만 시즌2에 나왔던 칼리인가 하는 일레븐과 비슷한 능력자 떡밥은 하나도 안 풀어서 좀 찝찝했지만, 엔딩 이후 쿠키를 보면 시즌 4에서 더 커진 스케일로 돌아오기 위한 장치들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급 방대해져 버린 스케일과 폭풍 성장한 아이들을 다음 시즌에 어떻게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4 이후 영화 한 편으로 마무리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P.S. - 시즌 3의 <기묘한 이야기의 궁금한 이야기>도 얼른 공개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