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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Oct 11. 2019

[날씨의 아이] 후기

발전은 맑고 답습은 흐리다

지난 여름 우리나라 극장가는 성수기답지 않게 썰렁한 시즌을 보냈지만, 옆동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대작들의 유례없는 혈투가 펼쳐졌었다. 3편이 일본에서 1억 불이 넘는 흥행을 기록했었던 <토이 스토리 4>, 포켓몬 열풍을 일으켰던 <극장판 포켓몬스터 : 뮤츠의 역습>을 3D로 리메이크한 <포켓몬스터 : 뮤츠의 역습 에볼루션>, 원피스 애니메이션 방송 20주년 기념작인 <원피스 극장판 스탬피드>, 그리고 <너의 이름은.>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차기작 <날씨의 아이>가 줄지어 개봉하며 극장가를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날씨의 아이>는 1억 불이 훌쩍 넘는 성적을 거두며 최후의 승자로 자리매김했고 국내에도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날씨의 아이>를 시사회를 통해 조금 일찍 접할 수 있었는데, 영화는 놀랍게도 자신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모두 부각시키며 <너의 이름은.>에서 일보 전진과 일보 후퇴를 동시에 해낸 느낌을 안겨준다.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인 <너의 이름은.>처럼, 우연히 얽힌 소년과 소녀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운명에 맞서고 세계를 바꾸는 이야기이다. <너의 이름은.> 같은 경우 '무스비'라는 인연의 끈을 통해 소년 소녀의 풋풋한 사랑과 잊혀 가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되짚으며 동일본 지진이라는 재난을 겪은 일본인들을 위로했다. <날씨의 아이>는 이런 점에 다소 무감각하고 대신 두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한 느낌인데, 문제는 이들의 감정선이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너의 이름은.>은 개연성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이야기를 밀고 가는 힘이 느껴졌는데, <날씨의 아이>는 이에 비해 어수선하게 진행된다. 세계관이나 판타지적인 요소도 그렇고 캐릭터들까지도 부실한 느낌인데, 중간중간 삽입된 레드 윔프스의 노래들도 이를 메꾸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날씨의 아이>에서는 두 주인공이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이 결말의 선택에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까지도 OST와 함께 휙휙 넘겨버린다. 이러다 보니 이들의 감정을 머리로는 이해는 하지만 가슴으로 공감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고, 결국 엔딩 이후에도 큰 여운이 남지 않는다.



물론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답게 작화는 매우 뛰어나다. 비가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데, <언어의 정원>에서도 확인했듯이 물에 대한 묘사는 물론이고 빛을 그려내는 색감도 눈부실만큼 아름답다. '맑음 소녀'가 그려내는 판타지적인 부분의 작화도 놀라웠지만, 화창한 햇살과 함께 펼쳐지는 도쿄의 전경도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날씨의 아이>는 작화라는 요소에서는 <너의 이름은.>보다도 한발 더 앞선 느낌과 함께 전작에서 지적된 스토리의 구멍이나 여러 단점들이 더 도드라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너의 이름은.>에 비한 아쉬움들이고, <날씨의 아이>도 자기만의 재미나 색깔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날씨의 아이>를 통해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별명에 맞는 놀라운 흥행력을 선보였는데, 과연 차기작에서도 이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긴 하다.



P.S. - 괜히 더 반가운 <너의 이름은.>의 캐릭터들의 카메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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