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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Oct 11. 2019

[제미니 맨] 후기

빛 좋은 개살구

 <제미니 맨>을 롯데 월드타워 Superplex G관 3D + 시사로 봤는데, 정식 개봉 이후 3D 상영이 거의 없다시피 한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운이 좋았다. <호빗>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HFR 3D 영화이지만 아쉽게도 <제미니 맨>의 고프레임 3D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국내 극장이 많지 않다. 월드타워 Superplex G관도 <제미니 맨>의 120 프레임을 소화할 수 있는 관은 아니지만, 현재 여기서 아예 상영조차 해주지 않는 걸 보면 시사회로나마 이 관에서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제미니 맨>은 상영 환경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을지언정, 기술에 돈을 쏟아부은 보람이 느껴질 만큼 HFR 3D 자체는 놀랍다. <호빗>에 비해서 움직임이 더 부드러워졌고 눈의 피로도가 느껴지지 않는 3D 효과는 꽤 인상적이었다. 물론 무겁고 시야 폭도 좁은 용산 IMAX관의 불편한 3D 안경이 아니라 편안하게 3D를 감상할 수 있었던 환경도 크다. 하지만 좋았던 점은 딱 여기까지다. 



아쉽게도 <제미니 맨>은 좋은 하드웨어에 비해 부실한 소프트 웨어를 갖추고 있다. 비슷한 내용의 <6번째 날>이 나온 지 거의 20년이고 <루퍼>가 나온지도 벌써 7년이 되었는데, 어째 <제미니 맨>의 이야기가 더 올드해 보인다.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들은 둘째치고 이야기의 구성 자체가 매우 엉성하다. 둘이 맞붙는 과정은 물론이고 숨겨진 비밀, 이를 밝히는 과정, 심지어 그렇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설정임에도 이동 과정조차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니 긴장감이라든가 긴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야기의 동력이 매우 부실하다 보니 아무리 액션의 때깔이 좋아도 흥미진진하지 않다. 이안 감독이 아니라 무슨 특수효과 감독 출신의 입봉작 같은 느낌이다.


 

그럼에도 몇몇 액션 장면은 확실히 눈에 띄긴 한다. 예고편에 나오는 오토바이 추격신, 성당 지하에서 펼쳐지는 격투, 마지막 액션 시퀀스까지, 뛰어난 화질과 3D 효과, 그리고 고프레임 화면에서 느껴지는 현실감이 주는 묘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마치 액션 촬영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이 들었다. 화질이 뛰어나서인지 3D 효과의 입체감도 잘 느껴지는 편이었다. 막 휙휙 튀어 나오는 부분은 적었지만, 전체적인 공간감이나 고프레임이 주는 현장감이 잘 어우러져 좋았다. 하지만 결국 너무나도 부실한 내용 때문에 이런 기술력도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고, 그저 빛 좋은 개살구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나마 HFR 3D+로 봐서 망정이라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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