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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Oct 18. 2019

[람보 : 라스트 워] 후기

씻기지 않는 상흔을 분노로 덮는다

'실베스터 스탤론'을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자신의 유산이자 분신인 '록키'였다. 2006년 <록키 발보아>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고, 그는 당연히(?) 자신이 낳은 또 다른 아이콘인 '람보' 카드도 꺼내 들었다. 하지만 2008년 감독과 주연, 각본까지 도맡은 <람보 4 : 라스트 블러드>는 평가와 흥행에서 모두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후 리부트 소식 등을 통해 더 이상 실베스터 스탤론의 람보 시리즈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건만 무려 11년 만에 다시 후속 편이 나왔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70살이 넘은 고령에도 액션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음을 이번 <람보 : 라스트 워>를 통해 선보인다. 상흔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그의 분노는 이전보다 훨씬 더 짙고 뜨거워졌다.



람보는 <람보 4 : 라스트 블러드>에서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며 긴 여정을 마무리 짓는 줄 알았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람보가 딸처럼 아끼던 소녀 '가브리엘'이 멕시코 카르텔에게 납치되면서 람보는 다시 한번 전쟁을 준비한다. 1편 이후 시리즈에서는 존 람보라는 캐릭터가 전형적인 마초 액션 영웅처럼 변질됐다. 물론 평생을 전쟁 후유증 PTSD에 시달리며 살아왔지만, 그럼에도 늘 약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전장에 몸을 던지던 그였다. 하지만 이번 <라스트 워>에서는 정치적인 상황이나 개입보다는 좀 더 개인적인 이유로 싸우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그가 뿜어내는 분노는 더 강렬하고, 이는 곧 잔혹한 액션으로 이어진다.



이번 영화는 초창기 람보가 보여준 주특기인 게릴라 전투와 4편에서 보여준 고어한 수위를 동시에 선보인다. 전편처럼 기관총으로 악당들을 학살하는 기괴한 모습보다 매복과 기습을 통해 악당들을 하나하나 처단하는 원래의 람보스러운 면모가 더 돋보인다. 대신 영화는 거의 고어 영화라고 봐도 될 만큼 끔찍한 수위를 통해 람보의 분노가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를 면밀히 보여준다. 쏘우 시리즈 수준의 고어함으로 중무장한 19금 나 홀로 집에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런 클라이맥스 액션 시퀀스는 람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강렬했지만, 아쉽게도 액션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람보 : 라스트 워>의 가장 큰 단점은 <테이큰> 시리즈나 <맨 온 파이어> 같은 비슷한 내용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시대의 아이콘이었지만, 이제는 특별함이 사라진 채 그저 유행에 편승한 액션 영화들 중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더 아쉬웠다. 이미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멕시코의 잔혹한 현실을 별 차이점 없이 담아내는 데다가, 악당들을 추적하는 과정도 갑자기 튀어나온 카르멘이라는 캐릭터가 대신하면서 큰 긴장감이나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마지막에 람보가 보여준 분노의 액션으로도 전반부의 부진을 만회하기엔 좀 부족해 보일 정도였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다음 속편에 대한 욕심을 넌지시 내비치고 있지만, 이젠 지친 노병을 떠나보낼 시간이 된 것 같다는(지금도 좀 늦었지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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