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후기

역사의 초고에 대한 거장의 대답

by 조조할인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게 이런 언론 관련 영화가 아닐까 싶다. '스포트라이트'를 썼던 '조시 싱어'의 시선은 '펜타곤 페이퍼'로 향했고, 그렇게 '더 포스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라는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기는 하지만, '더 포스트'는 이야기가 그 무엇보다 빛난다. 진정한 언론인의 태도와, 제대로 된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인의 태도를 통해, 개개인의 노력과 용기가 모여 어떻게 시대를 밝히는지 묵묵히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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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 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이 수행한 역할을 기록한 최고 기밀 문서였던 이 보고서는 뉴욕 타임스가 최초로 보도를 시작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 '더 포스트'도 여기서 시작한다. 뉴욕 타임스의 최초 보도 이후, 워싱턴 포스트지는 갈림길에 선다.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가치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는 '벤 브래들리' 편집장과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워싱턴 포스트지의 발행인이 된 '캐서린 그레이엄'의 고민과 선택들은 무언가에 대한 사명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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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목적과 존립 사이에서 계속해서 대립하는 둘이지만, 서로가 지켜야할 하나의 사명 아래 손을 맞잡는 과정을 찬찬히 잘 짚어간다. 특히 영화 속에서 얼떨결에 회사를 물려받아 중대한 선택을 해야하는 위치에 선 '캐서린 그레이엄'의 고민은, 여성 경영인으로서 시대가 가지고 있는 시선과 편견을 이겨낸다는 점에서 더 인상깊다. 남성중심적인 세상 속에서도 우아하고 기품있게 견뎌내는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는, 매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는 것에 자연스레 수긍이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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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부러뜨릴 수는 있을지라도, 폭력으로 억누를지라도 결국 글은 남고 정의는 미래를 밝힌다. 촛불 하나가 어둠을 걷어내듯, 누군가의 작은 용기와 결심은 역사를 바꾼다. '역사의 초고'로서 언론이 가지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통해, 그리고 지금 현재에도 그런 가치와 사명을 띄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만든다. '더 포스트'가 밝히는 것은 감춰진 진실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나가야할 그 무언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의 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자 앞으로의 여정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영화의 질문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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