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처럼 취한 하룻밤의 여정
어떤 영화는 제목만으로도 끌리는 경우가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도 그런 경우다. 원작이 있었는지도, 최근에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를 연출한 ‘유아사 마사아키’의 신작인지도 모른 채 제목만으로도 보고 싶어졌다. 영화는 정말 제목처럼 짧은 밤을 부지런히도 돌아다닌다. 술에 취하고, 헌책시장을 누비고, 축제를 즐긴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찾는다. 영화는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취한 듯한 전개로 혼을 빼놓는다. 그럼에도 방향은 잃지 않고 검은 머리 아가씨를 향해 전진 그리고 또 전진한다. 이 여정, 꽤나 즐겁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반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오기 위해 ‘최대한 그녀 눈앞에 알짱거리는’ 일명 ‘최눈알’ 작전으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검은 머리 그녀는 참으로 무심하다. 그리고 그녀는 참으로 부지런하다. 어찌나 쉬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지, 따라가기도 벅차다. 한 발짝 쫓아가면 두 발짝 나아가는 그녀이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사계절 같은 하룻밤의 여정은, 그래서 더 즐겁다. 원작에 있는 4개의 단편을 각색을 통해 하룻밤에 다 몰아넣었지만,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되고, 그녀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만큼 유쾌하다.
마치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고 또 그만큼 소동을 불러일으키는 검은 머리 그녀 또한 하룻밤의 여정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운다. 밤은 짧고, 짧은 만큼 걸어야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위를 둘러볼 필요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와 그녀의 이 흥겹고도 신나는 하룻밤의 여정은, 자연스레 원작을 찾아보게 만든다. 마치 헌책방의 신이 다양한 작품의 연관 관계를 읊어줬듯이, 원작 책은 물론이거니와 작가의 다른 작품인 ‘다다미방 넉 장 반 세계일주’도 궁금해진다. 아직은 이 밤의 여운이 지나지 않은 것 같다. 나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