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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Jan 09. 2020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후기

마무리 오브 스카이워커, 폴른 오브 디즈니 사가

그동안 스스로를 스타워즈 하드한 팬보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이전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꽤 많이 보기도 했고, 찾아보니 집에 관련 굿즈들도 은근히 많아서 나름 놀라웠다. 스타워즈를 제대로 모르던 코찔찔이 급식 때 시스의 복수를 보러 극장에 갔었고,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 나온 영화들도 극장에서 두세 번 이상 봤으니 나름 이 시리즈에 애정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마주한 심정이 참 복잡 미묘하다. 공개 이후 쏟아졌던 혹평들 때문에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봐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볼만한 영화였다. 이 한편만 떼어놓고 보면 말이다. 하지만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으로, 그리고 시리즈 전체로 평가하자면 실패로 보인다. 이리저리 휘둘리다 이도 저도 아닌 작품으로 남아버린, 스타워즈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을 견디지 못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그래서 더 안타깝다.


 

'라스트 제다이'가 팬덤을 붕괴시켰다고 하지만, 본인은 이 작품을 꽤 좋아한다. 이런저런 설정 충돌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스타워즈라는 세계관을 과감할 정도로 확 틔워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스타워즈라는 영화는 여기서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라오스는 여기서 다시 한발 물러선다. 화난 팬심을 달래기 위해 '깨어난 포스'보다 훨씬 더 많은 이전 작품들의 요소들을 끌어다 쓴다. 7,8편의 설정들과 떡밥들을 정리해야 하고, 3부작으로서 이야기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본 영화 자체만의 이야기도 있어야 하고, 화난 팬심도 달래 야하기에 라오스는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마무리 짓기에 급급하다. 진짜 팬들이 좋아할 만한 치트키에 가까운 요소들을 갈아 넣고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을 때려 박는다. 이러다 오비완도 나오는 거 아니야 이런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근데 정작 스크린으로 보니까 파블로프의 개 마냥 조건반사적으로 반가워서 좀 웃기긴 했다. 근데 그게 전부다. 영화는 박진감도 비장함도 없다. 무언가 알맹이가 없는 화려한 빈껍데기처럼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처럼 '라오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시리즈만의 색깔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번 디즈니 사가는 그냥 이전 스타워즈 시리즈의 필요 없는, 그리고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에필로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자체의 정체성은 잃고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그냥 이전 인기 캐릭터들로 겨우 겨우 연명하는데 그친다. 무엇보다 디즈니 사가의 주인공들의 매력이 없다는 게 큰 단점이다. 레이는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 마냥 시리즈 내내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는 꼴이 되었으며, 펠퍼틴의 재등장으로 카일로 렌은 그냥 쭈구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라오스의 뒷수습은 별 의미도, 자기 색깔도 내지 못한 안전한 선택이었고 시리즈는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로 놀며 삼부작의 정체성도 잃는다. 디즈니는 큰 그림에 그리는 걸 실패했다. 프리퀄 시리즈는 적어도 조지 루카스의 일관된 색깔과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긴 했고, <시스의 복수>로 마무리는 잘 지었다. 하지만 극명하게 달랐던 7편과 8편의 색깔은 결국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에 독이 되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JJ 에이브럼스나 라이언 존슨, 혹은 다른 감독이 3부작을 도맡아서 연출하거나 제작사에서 시리즈의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생각보단 볼만하긴 했다. 한번 정도는 더 극장에서 볼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볼거리는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에게 볼만했다 정도의 평가는 실패나 다름없다. 그래서 디즈니가 이번 삼부작을 통해 얻은 교훈이 다음 시리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궁금해진다. 스카이워커 사가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스타워즈의 세계관은 할 얘기가 많은 세계관인 것만은 분명하다. 디즈니의 다음 스타워즈 사가는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시리즈가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제나 포스가 함께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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