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후기

지옥에서 온 천사를 보았네

by 조조할인

'마녀'는 이 영화의 감독인 '박훈정' 감독에게나, 영화를 제작한 '워너'에게나 꽤나 중요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2012)의 대성공 이후 '대호'(2015)와 '브이아이피'(2017)를 연달아 내놓았지만 모두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고, 워너 역시 '밀정'(2016)의 대성공 이후 내놓은 '싱글라이더'(2017)와 '브이아이피(2017)' 모두 부진했다. 여러 방향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마녀'는, 다행히도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마녀'는 이미 마르고 닳도록 쓰인 소재를 적절히 변주하여 '한국식'으로 잘 버무린다. 그 결과, 지옥에서 온 이 잔혹한 천사의 태제는 관객들을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신세계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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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잊고 평범하게 지내던 인물의 숨겨진 과거'라는 내용은, 딱히 주인공을 여성을 한정 짓지 않아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예가 넘쳐흐른다. 당장 한국에만 해도 '악녀'(2017)가 떠오른다. '마녀'는 이런 할리웃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들과, 일본 아니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감성을 적절히 뒤섞는다. '마녀'의 장점은 이런 장치들을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있다. 황당할만한 설정들이지만 딱히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할 생각은 없어보인다. 대신 차곡차곡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쌓아올리다가, 장르를 변주하면서 동시에 빠꾸없이 폭주시켜 버린다. 판이하게 다른 전후반부의 온도감은 당황스러움보다는 쾌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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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인 설정들과 장면들이 황당하지 않은 것은 영화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흔히들 하는 실수인 쓸데없는 모성애 장면이나 인물들의 발목을 붙잡는 동네 청년과의 첫사랑 따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전반부의 드라마와 미스테리, 그리고 적당한 유머로 텐션을 끌어올리더니, 후반부는 알찬 액션으로 채워넣는다. 이상하리마치 전반부에 액션을 꽁꽁 감춰뒀었는데, 판도가 바뀐 이후에는 정말이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폭주한다. 이와 같이 힘과 속도, 잔혹성과 타격감까지 제대로 갖춘 이 액션 장면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밑그림 잘그려놓은 스토리와 그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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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라는 영제에서 알 수 있듯이 '마녀'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다. 그래서인지 이번 편에서 떡밥마냥 여러 설정들을 뿌리고, 결말마저도 속편을 예고하면서 끝난다. 하지만 시리즈 영화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이다. 한국 영화들이 그토록 목말라하던 독보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캐릭터, 그것도 극명히 두 분위기를 담아내야하는 이 어려운 임무를 배우 '김다미'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해낸다.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까지도 말이다. 속된 말로 빠꾸없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폭주하는 '자윤'이라는 캐릭터의 가장 큰 장점은, 아직 보여주지 않은 카드가 많다는 점이다. 미련없이 터트리고 돌아서는 이 캐릭터의 행보는 후속편을 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들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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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마녀'는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마녀'는 익숙한 카드들을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배치하면서, 장르적인 재미를 적당히 변주하고 적절히 터트리는데 집중한다. 그리고 이 점이 잘 먹혀들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보다 장점들이 눈에 띈다는 것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이처럼 '마녀'는 다양한 영화들의 레퍼런스들을 흡수했지만, 자신만의 인장을 찍는데 성공한다. 이를 가능케하도록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을 이끌고 간 '김다미' 배우는 두번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고, 또라이같은 캐릭터를 부담스럽지 않게 담아낸 '최우식' 배우의 연기도 눈에 띈다.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판을 흔드는 '다윤'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의 다음 모습을 얼른 볼 수 있게, 많은 관객들이 '마녀'와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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