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마디가 버거운 랩 아니고 타령
※ 브런치 무비 패스로 관람한 영화입니다
'동주', '박열'에 이어서 이준익 감독의 '청춘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변산'을 시사회를 통해 조금 일찍 접할 수 있었다. '동주'와 '박열'은 부끄러운 시대를 떳떳하게 살아가고 싶은 인물들의 모습을 각기 다른 온도로 잘 담아냈었다. 이름을 내세웠던 이전의 두 편과 달리 '변산'은 지역명을 제목으로 가져왔다.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의 청춘들의 모습과 고민을, '랩'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준익' 감독이 어떻게 엮어낼지 상당히 궁금했다. 하지만 16마디의 랩은 버겁고, 비트는 촌스럽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별 도움안되는 기성 세대의 위로는, 심드렁한 타령으로 귓등에 넘실거리고 만다.
당장 2018년만 보더라도 집을 떠난, 혹은 떠나고 싶어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잘 그린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리틀 포레스트'가 그랬고 '레이디 버드'가 그랬다. '나'라는 사람이 있게 해준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쫀득하게 그려낸 두 편의 영화에 비해, '변산'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엇나간 부자관계도 되돌려야 하고, 첫사랑의 마음도 흔들어야 하고, 흑역사도 정정해야 하고, 진심 어린 사과도 해야하며, 나 자신도 돌아봐야 한다. 이런 고민들을 랩으로 엮으려고 하지만 조금 버거워 보인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힙한 척 하지만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촌스러운데가 이마저도 어영부영 얼렁뚱땅 마무리 짓고 만다는 점이다. 그리 쉽게 풀릴 갈등들이 아니어보이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용대'(고준)나 '미경'(신현빈)이 같이 안나와도 무방했을 캐릭터들이 벌이는 전개에 딱히 의미가 없어보이고, '원준'(김준한) 같은 캐릭터는 아예 증발해버린다. 게다가 마지막 엔딩 크레딧의 영상은 두 번 생각해도 사족으로 보인다. 쩝.
'변산'이라는 지명을 내세웠지만, 굳이 '변산'이 아니어도 무방했을 것처럼 극 중에서 배경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전설의 주먹'에서 복싱, '그것만이 내세상'에서 피아노를 섭렵한 것에 이어 이번에 '랩'까지 선보이는 박정민 배우는 이번에도 여전히 잘하지만,(랩 가사도 직접 썼다고 한다) 나레이션 같은 랩가사가 극에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청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무언가가 구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척'하는 공감은 듣기 좋을 지는 몰라도 그리 위로가 되진 못한다. '변산'이 보여준 수박 겉핥기식 공감은 그래서 더 안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별개로 오버스럽지 않은 영화의 유머 감각은 꽤 눈에 띈다. 극장 내 반응은 나름 괜찮은 편이었는데, '앤트맨과 와스프'와의 정면 대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