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락'이라는 장르에도 변환점이 필요하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 어느 옛날 드라마 제목이 떠오르겠지만, 사실은 '더 락', a.k.a. '드웨인 존슨'이 할리우드를 요리하는 냄새다. 사시사철 불철주야 지구를 지키기 위해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는 '더 락'의 이번 정거장은 초고층 빌딩이다. 사실 '더 락'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다. 그가 등장한 최근의 영화들은 [ '더 락'이 등장한다 - 악당(or 장애물)이 등장한다 - '더 락'이 미간을 찌푸린다 - 악당을 처치한다 - '더 락'이 시원한 미소를 일발장전한다 ]라는 공식을 철저하게 따른다. '스카이 스크래퍼'라고 다를 바가 없다. '더 락'은 그저 다시 한번 '더 락'했을 뿐이다.
탈인간적 피지컬로 악당들을 처치하는 '더 락'이라는 장르에도 이젠 변환점이 필요해보인다. 그만큼 '스카이 스크래퍼'의 기획은 게으르다. 다이하드 1편과 타워링, 그리고 적당한 오락 영화들을 비벼 넣고 '더 락'만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뿐이다. 그리고 중국 자본 들어간 티라도 내듯이 이버에는 아예 배경 자체가 홍콩이다. 영화가 좋다면 홍콩이 배경이건 부산이 배경이건 상관없지만, '스카이 스크래퍼'의 별 고민없는 선택지는 괘씸해 보일 지경이다. 점점 더 커져가는 '더 락'의 피지컬 때문인지 할리우드는 계속해서 작품마다 그에게 핸디캡을 부여하지만, 이제 다리 하나 없는건 그에게 핸디캡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이른 바 '파워 밸런스'의 붕괴다. 악당들의 동기와 존재감은 먼지와 같고, 그저 '더 락'의 아찔한 원맨 고공쇼만이 계속된다. 이마저도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장면의 연속과 여기에 어처구니없이 개연성을 부여하는 '더 락'의 괴물같은 팔뚝 자랑만이 반복될 뿐이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를 제법 재밌게 관람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생각없이 만든 영화를 생각없이 관람하다보니 의외로 재밌었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덕분에 CG 범벅 고공액션도 나름 먹혀들었다. 마치 90년대 비디오가게 렌탈 1순위 액션 영화같은 낡았지만 정겨운 감성이 팝콘을 씹게 만들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요즘은 오락 영화들은 세계관도 있어야하고, 악역에도 사연이 있어야하고, 세계인의 입맛에도 맞춰야하고, 속편의 여지도 남겨야하고, 주제 의식도 담아야 하고, 하여튼 오락거리보다 고민거리가 더 많다. 하지만 '더 락'이라는 장르 영화는 그의 시원한 머리처럼 이런 문제 의식을 그의 시원한 미소 한방으로 다 날려버린다. 그의 시원한 미소 아래 묻어둔 약점들이 대중들을 식상하게 만들기 전에 '더 락'에게도 약간의 변화는 필요해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오락 영화들이 종종 나와줬으면 하는 게 욕심이자 바람이다. 그리고 이번 영화를 보고 진심으로 느낀 건데, 다시 태어난다면 사이어인보다 사모아인으로 태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