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후기

과한 이미지에 묻혀버린 이야기

by 조조할인

여름 대작들 틈바구니 속에서 작은 영화들이 살아남기란 참으로 힘들다. 특히 '박화영'같은 독립 영화의 설 자리는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7월 19일 개봉 이후로 대한극장에서 한달동안 GV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택한 건 신선했다. 감독과 배우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영화를 홍보하는 모습에 감명받아, GV를 볼 수 있는 회차를 맞춰 극장을 찾았다. 지난 서독제에 공개됐을 때부터 영화가 꽤나 거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박화영'은 생각 이상으로 세다. 하지만 과연 이런 이미지가 영화의 메시지에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화면은 이야기마저 외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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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꿈의 재인' + '똥파리'('박화영'을 연출한 '이환'감독은 '똥파리'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같은 느낌이랄까? '폭력써클' 이후로 이렇게 살떨리는 십대들의 폭력은 간만인 거 같다. 저예산 영화인데 제작비의 대부분을 담배값으로 쓴 게 아닐까 싶을만큼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흡연이 나오고, 고개를 돌리고 싶게 만드는 구타와 섹스나 원조교제같은 성적인 요소들까지, 십대들의 어두운 이면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물론 이런 장면들이 이야기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쉽게도 '박화영'은 이야기들이 너무 센 이미지들에 묻힌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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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싫어 떠난 아이들이 끊을 수 없는 폭력의 연결 고리 속에서도 유사 가족의 형태를 이루고 지낸다. 자타칭 '엄마'로 불리는 '박화영'(김가희 역)은 그토록 싫어하는 엄마의 역할을 집착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행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화영의 친구이자 무명 연예인인 '은미정'(강민아 역)이 있다. 보호받지 못한 존재였던 화영은 미정이를 위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그 관계를 이어나기기 위해 부던히 노력한다. 화영과 미정의 관계는 다소 일방적으로도 보였지만, 결국 서로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무척이나 잔인한 방법을 통해 확인하고야 만다. 집과 가족, 학교가 싫어 떠났지만 결국은 다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집단을 이뤄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자 하는 것은 알겠지만, 이들을 비추는 카메라는 너무나도 폭력적이다. GV를 통해 들어보니 이걸 감독님이 의도한 것이라고 하던데, 그 때문에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은 점 또한 감독님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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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지켜보는 것은 힘들었지만, 신인 배우들의 연기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살을 엄청 찌워가며 '박화영'을 연기한 '김가희' 배우는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꽤나 이름 올릴 것만 같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2018년에 '진기주', '전종서', '김다미', '김가희' 등 인상적인 신인 여배우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 기쁘다. 물론 '은미정'을 연기한 '강민아' 배우의 에너지도 눈에 띈다. 작년에 웹드라마 '사먼의가'를 통해서 팬이 됐고, 덕분에 이렇게 GV까지 찾아보게 만든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우다.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아역 배우 출신이라 그런지 탄탄한 연기력으로 꽤 빡센 역할도 훌륭히 소화해낸다. '예쁨'을 쉽게 놓지 못하는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이미지와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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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아쉽게도 예정과 달리 감독님이 참석하진 못하셨지만, 이 영화를 제작한 명필름랩 서정일 교수님과 주연 배우들인 김가희 배우와 강민아 배우가 알찬 대답으로 GV를 채워주셨다. 왜 '박화영'이라는 영화를 선택했는지와 영화 속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역할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간가는 줄 모르는 GV였다. 영화를 보실 예정이신 분들이라면, GV가 8월 15일까지 예정되어 있으니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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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발로 찍은 사진이라 배우 분들에게 죄송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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