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차버린 스파이] 후기

4DX로도 웃기는 재주가 있네

by 조조할인

'나를 차버린 스파이'(이하 '나차스')같은 영화는 사실 영화의 완성도는 크게 상관없다. 웃자고 만든 영화는 완성도보다도 그냥 재밌으면 장땡이다. 그게 이런 영화의 미덕이기도 하다. 대놓고 국내 광고에 쓸만큼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두 배우를 내세운 '나차스'이지만, 다행히도 여러모로 즐길만 했다. 5년 전이었음 극장 문턱도 못밟았을 영화인데, '데드풀'의 여파가 여러모로 크긴 한가보다. 덕분에 본인같은 미국 성인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넷플릭스가 아닌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4DX로도 상영한다니! 여느 팝콘 영화처럼 머리를 비우고 기대치를 낮추고 본다면, '나차스'는 나름 괜찮은 킬링 타임 오락영화의 몫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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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차스'는 제목 그대로다. 전남친이 알고보니 스파이였고, 덕분에 온갖 소동에 휘말리는 '오드리'(밀라 쿠니스 역)와 그녀의 절친 '모건'(케이트 맥키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올 여름에는 유독 첩보 영화들이 나왔다. 인간의 탈을 쓴 늑대 인랑을 시작으로, 불가능한 미션을 해내는 톰 아저씨와,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도 있었다. '오드리'와 '모건'은 전문 요원이 아니다보니 이들에 비해 현저히 능력치는 떨어질지 몰라도, 이들에겐 없는 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웃음'이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두 절친은 온갖 소동에 휘말린다. 첩보 요원들에게 쫓기고, 테러 단체가 공격하고, 전문 킬러가 그들의 목숨을 노린다. 하지만 의외의 순발력과 말도 안되는 기지로 유럽을 관통해버리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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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작년에 나왔던 '킬러의 보디가드'와는 유머 포인트가 많이 다르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씨X'과 '니X미'로 대표되는 온갖 욕설을 시작으로 좀 더 직접적인 웃음으로 노렸다면,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좀 더 미국 코미디의 냄새가 짙다. 온갖 말장난들은 물론이거니와, 미국 배우들과 문화, 영화를 이용한 다양한 농담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평소에 미국 코미디를 즐겨보는 본인은 시종일관 낄낄거리면서 봤다만, 극장 내 분위기는 생각만큼 빵빵 터지지는 않은 게 아쉽긴 했다. 그래도 번역가님(황석희 번역가님은 아니다)만큼은 아주 칭찬하고 싶다. 품격있는 스파이 코미디 영화였던 '스파이'(2015)가 형편없는 자막으로 어떻게 갈려나갔는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나차스'의 자막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요새 유행하는 말투를 이용하거나, 단어를 이용한 다양한 말장난들을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문맥에 맞게 적절히 의역했다. 사실 리스닝이 되시는 분들이라면 자막보다는 들으면서 보는 게 더 재밌겠지만,(아무리 잘 의역한다해도 유머를 100% 살리기는 어렵다) 그냥 봐도 무난하게 굉장히 잘 번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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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가벼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고 꽤 잔인한(?) 액션으로 채워져 있다. 의외로 박진감이 넘쳤는데, 이렇게 느낄 수 있었던 이유는 별 것 없는 액션에도 강한 효과를 준 4DX 덕분이었다. 그냥 2D로 봤으면 심심했을 장면도 4DX의 모션 체어나 진동 효과가 더해지니 더 재밌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일부러 모션의 강도를 더 세게 넣어 액션에 박력을 더한 것 같았는데, 그래서 좋았다. 더 놀라운 것은 4DX로도 웃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4DX'스러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유머를 집어넣었다. 이건 직접 느껴봐야 한다. 아마 4DX로 웃긴 최초의 장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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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반부에 액션이 좀 적어서 아쉽다고 생각할 때쯤, 말도 안되는 결투 장면이 나온다. 이것도 4DX로 보니 더 실감나서 즐거웠다. 그 밖에도 기상천외한 장면에서 사용된 페이스 워터 효과나 레인 효과도 재밌다. 장면을 묘사하면 유머 스포(?)가 될까봐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나차스'는 왜 굳이 CGV가 단독 개봉, 그것도 4DX 개봉을 했는지 보고 나니 알 것 같다. 작년 '킬러의 보디가드'처럼 가볍게 웃고 즐기기 적당한 오락 영화이기 때문이다. '킬러의 보디가드'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나차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4DX로 보신 관객들이라면 더더욱 즐거울 것이다. '그래비티'같은 경우는 4DX가 영화에 리얼함을 더한다면, '나차스'같은 경우는 4DX가 영화의 허풍을 거들어준다. 간만에 극장에서 만난 미국 코미디 영화라 더 즐거웠다. (아 '빅 식'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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