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은 없어도 제 몫은 하는 재미
디즈니와 픽사가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폭스까지 집어삼켰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흔들린지 오래다. 그래서 '몬스터 호텔' 시리즈의 행보가 눈에 띈다. 1년에 박스오피스 1억불 작품을 하나 내는 것도 벅차보이는 소니에서 이렇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시리즈가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어느 새 스크린에서는 자취를 감추고 넷플릭스에서만 간간이 작품을 공개하는 '아담 샌들러'에게도 티켓 파워를 유지하게 해주는 유일한 줄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지난 주 개봉하여 적은 상영 스케줄에도 나름 쏠쏠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인데, 확실히 메이져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있는 듯하다. 각설하고, '몬스터 호텔 3'는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유치하지만 즐길만한 재미는 있다. 아이들과 보기에 이보다 적합한 선택이 있을까 싶다.
'몬스터 호텔'은 시리즈가 지속될수록 점점 유치해지긴 한다. 우당탕탕 소동 끝에 갑자기 화해하고 춤추면서 끝나는 게 이 시리즈의 전통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휘발성도 강하다. 분명 극장 내에서는 즐길만한 애니메이션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큰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거나 입을 못 다물게 하는 영상미가 아니라는 점이 이 시리즈의 장점이기도 하다. 각각의 몬스터들이 펼치는 단발성의 유머들은, 머리 비우고 즐길 오락 영화로서 충분히 제 몫을 한다. 그리고 이번 편도 가족의 행복에 대해서 노래하는데, 자녀의 행복 못지 않게 부모의 행복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나름 인상적이다.
다만 몸개그를 제외하고는 미국식 유머들이 많이 채워져 있어, 문화가 다른 우리 나라 아이들에게는 잘 안 먹히고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듯 보였다. 중간에 삽입된 '강남스타일'은 시간이 지났어도 그 위엄을 새삼스레 느낄 정도로 반갑고, 마지막에 펼쳐지는 음악 배틀은 어이가 없어서 더 재밌었다. 덥스텝 음악을 무찌르는 마카로니 댄스라니! 이처럼 '몬스터 호텔 3'는 큰 욕심없이 자기가 할 몫을 충분히 해내고 퇴장한다. 일주일 안에 이 영화를 까먹을 것 같긴 하지만, 당장 즐거우니 됐다. 아마 4편이 나온다면 또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 아 그리고, 아이들 데리고 극장 온 몇몇 부모 관객들의 관람 태도가 애들보다 형편없었다. 영화 보는 내내 핸드폰하고 떠들고, 나가면서 좌석 밑에 쓰레기 다 버리고 가는 부모들 밑에서 아이들이 뭘 배울까 싶다. 자기는 지키지도 않는 기본 에티켓들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먼저 모범을 보이길 부탁한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