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후기

헛웃음 마저 나오는 답답함

by 조조할인

'목격자'는 여름 성수기 시장 끄트머리 틈새시장을 노린 영화로 보인다. 누가 봐도 '숨바꼭질'(2013)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모양새인데, 그 만족도는 상당히 아쉽다. 사실 '숨바꼭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기대치가 그리 높지는 않았다. '숨바꼭질'이 별로였던 이유는 그 모든 것을 잡아먹는 개연성의 부재 때문이다. 특히 한국 스릴러 영화들의 고질병인 '경찰에 대한 불신'은 영화의 개연성을 망가뜨렸을 뿐더러, 경찰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다보니 캐릭터들마저 이해가 안가는 행동들만 골라하게 만든다. '목격자'는 이런 '숨바꼭질'의 단점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아니, '목격자'는 이보다 한술 더 뜬다. 그래서 '숨바꼭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관객들에게는 밑에 남은 리뷰를 읽을 필요도 없이 '목격자'를 적극적으로 비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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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의 아이디어는 좋다. 살인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주인공은 이를 쉽게 증언하지 못한다. 범인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불안감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나도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더 걱정하는 지역 사회와 도움을 요청하는 타인을 방관하기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하지만 개연성은 저 멀리 보내버린 전개와 갈수록 이해가 안가는 캐릭터의 행동들은 답답하다 못해 짜증까지 불러일으킨다. 나중에는 보다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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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의 원흉은 범인이 아니라 주인공 '상훈'이다. '상훈'의 이기적은 행동은 이해의 선을 훌쩍 넘어버린다. 처음에 신고를 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안돼!' 난 절대 말할 수 엄써!'만 외친다. 오히려 그의 침묵이 가족들을 위험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을 자신만 모르는 것 같다. 111분의 러닝타임을 위해 꾸역꾸역 쓸데없이 놀래키는 장면들을 집어 넣은 것도 나중에는 약발이 다 떨어진다. 이런 억지 늘리기식 전개가 진행되었던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경찰을 빼고 극을 진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써 경찰을 외면한 결과다. 한국 스릴러 영화들이 대한민국 경찰들을 개호구로 보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목격자'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외진 산골도 아니고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살인 사건이 났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CCTV와 블랙 박스에 범인 얼굴이 찍혔겠는가? 아예 그냥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던가, 요즘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이런 걸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무시하고 전개하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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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장갑 하나 안끼고 지문 다닥다닥 발라가면서 망치들고 설치면서 분노조절장애마냥 다 죽이고 다니는데 여지껏 안잡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리고 역시나 한국 스릴러 영화 속 싸이코패스들처럼 만능 능력자다. 전생에 홍길동이었는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주인공 및 주변 사람들을 협박한다. 그 어디에도 중간과정은 없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지 않아서 이 사단이 난다. 그리고 '상훈'은 역대 한국 영화 속 최고의 민폐 캐릭터의 탄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디어 '추격자'의 개미슈퍼 아줌마를 이길 캐릭터가 나왔다. 문제는 '상훈'은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자기 가족 하나 지키겠다고 입 꾹 다문 덕분에 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자기 가족 지키겠다고 입 다문 상훈 때문에 온 동네가 풍비박산이 나는데, 그렇다고 자기 가족을 안전히 지킨 것도 아니다. 경찰을 끼고 이야기를 풀어갔어도 충분히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해도해도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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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목격자'는 눈가리고 아웅식 공갈 스릴러의 호흡을 끝까지 유지한다. 아예 경찰이 사라진 무법지대를 배경으로 하던가, 한국 스릴러 영화 속 경찰들은 허수아비만도 못하다.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숨바꼭질', '나를 기억해' 등 영화에서 보이는 막무가내식 전개는 이제 보기 싫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날선 시선도 더하고 싶은 욕심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영화의 개연성이 워낙 막장이다보니 이런 요소들이 너무 튀어보인다. 차라리 블랙코미디 같은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였다. 기대치나 취향에 따라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 관객들도 계실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호다. 이제 이런 영화는 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좀 더 박하게 평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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