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보단 감성으로 관객들과 협상을 시도하다
'협상'의 시놉시스를 보면 '오오!', 제작사를 보면 '어어...?',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면 '아아....' 소리가 나온다. 사실 JK 필름의 '우리도 할 수 있다!' 식의 할리우드 영화 벤치마킹을 그리 밉게만 바라보는 입장은 아니지만, 장르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휴머니즘을 참기름 마냥 첨가하는 건 아쉽다. 그래서 JK 필름이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범인과의 치열한 머리싸움과 협상을 한다고는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기대치를 팍 떨어트리는 예고편과 포스터나 JK 필름의 브랜드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하면 '협상'은 의외로 재밌다. '협상'은 예상대로 치밀하진 않지만, 예상 외로 지루하진 않다. 익숙한 것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JK 필름의 손맛이 참으로 찰지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 다큐 좀 보셨다는 분들은 '협상'에서 전문성에 대한 기대는 아예 놓고 보는 게 좋다. 극 중 유학파 출신 협상가로 나오는 '하채윤'(손예진 역)은 사실 도피 유학을 다녀온 것인지, 그 어떤 부분에서도 프로답지 않다. 협상은 커녕 처음부터 끝까지 '민태구'(현빈 역)에게 끌려다니는데다가, 협상가에게 가장 중요한 침착함과 냉정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공감 잘하는 경위 누나' 정도 되시겠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긴 커녕 이성보다는 감성, 법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헬조센식 협상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뻔하고 클리셰 투성이이지만, 의외로 지루하기보다 재밌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걸 지켜보는 재미도 있고, 또(!)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이 섞여있지만 밉진 않다. 무엇보다 '협상'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카드는 '현빈'이다. 그가 전역하고 찍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일만큼, 익숙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이 묻어나는 악당을 잘 그려낸다.(사실 이 캐릭터를 위해 하채윤 캐릭터를 많이 희생시킨 느낌도 든다) '협상'은 정말이지 내용은 뻔하고 예상을 1도 벗어나지 않은 그런 상업 영화이지만, 명절에 가족들과 가볍게 보기에는 꽤 괜찮은 선택처럼 보인다. 적어도 예고편이나 포스터보다는 훨씬 괜찮았으니, 기대치는 낮추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 나들이를 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