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이 아니라 0.5편 같다
국내 배급사가 좋아하는 '더 비기닝'이라는 부제를 달고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개봉하게 된 '킨 : 더 비기닝'에 대한 기대감은 소박한 수준이었다. 3천만불의 제작비의 규모를 생각하면 화려한 블록버스터보단 재치와 센스로 채워진 작품을 기대하는 게 더 낫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킨 : 더 비기닝'은 예상보다 훨씬 더 부실하다. 내용도 그렇고 볼거리도 그렇고, 못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 의외로 이름값 있는 캐스팅까지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더 비기닝'이라는 거창한 부제를 붙였지만, 1편은 커녕 0.5편의 몫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킨 : 더 비기닝'은 분명 눈길을 사로잡는 부분이 한두곳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장면이 너무나도 후반부에 나온다는 것이 단점이다. 주인공인 소년 '일라이' 우연히 다른 차원의 무기인 슈퍼건을 손에 넣게 된다. 학교나 집에서나 겉도는 일라이의 고민, 얼마 전 출소하였지만 큰 빚 때문에 갱들에게 쫓기는 사고뭉치 형, 그리고 슈퍼건을 추적하는 정체불명의 인물들까지 세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지만 그다지 흥미롭지 못하다. 짧은 러닝 타임임에도 전개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시리즈물로 기획을 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한 편의 영화로서의 재미를 주어야 하지만 '킨 : 더 비기닝'은 그렇지 못하다. 마치 102분짜리 예고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후속편에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려할 때 끝나는 느낌이라, 후반부의 액션 시퀀스마저도 짜릿하기보다 허탈하다. 넷플릭스 영화였다면 나름 괜찮은 평가를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굳이 극장을 가서 따로 돈을 지불하고 본 값어치를 하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낮은 제작비조차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덕분에 속편이 나올지 불투명한데, 그래서 흩뿌리고 끝난 영화의 떡밥과 설정들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