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청암부인 : 청상과부, 매안 이 씨 실적인 가장
이기채 : 양자, 청암부인 시동생(이병의) 아들
율촌댁 : 이기채의 부인. 강모의 어머니
이강모 : 이기채의 아들
허효원 : 이강모의 아내. 만석꾼 집안 딸
강실이 : 강모의 사촌 동생
오류골댁 : 강실이의 모친
춘복 : 거멍굴 상민, 강실이를 겁탈한다
옹구네 : 거멍굴 과부, 춘복과 내연관계
공배네 : 거멍굴 상민, 춘복을 아들처럼 생각함
백단 : 거멍굴 당골네(무당)
배경
1930년대 말 전북 남원의 매안 마을. 산을 등진 높은 곳에는 원뜸 마을(매안 이 씨 종가)이 있고, 그 아래로 중뜸과 아랫뜸 마을이 이어지고 들판 쪽에는 이 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들이 사는 거멍굴 마을이 있다.
이야기 시작
혼례식 날 합근주를 마실 때. (하나의 박이 나뉘어 두 개의 잔이 되었다가, 다시 합쳐져 하나가 된다.) 박에 담긴 술은 흘리지 않고 마시고, 청실홍실은 꼬이지 않게 차분히 마셔야 한다. 만약 술을 흘리면 선조들은 마음이 샌다고 보았고, 실이 꼬이면 앞날이 꼬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청암부인이 신랑 이준의와 합근주를 마시는데 청실홍실이 꼬여버렸다. 그리고 신랑 집으로 가는 날도 그다지 쾌청한 날씨가 아니었다. 두 번의 어두운 징조가 보인다.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이 문장은 혼불의 시작 문장이다. 청암부인이 신부 집에서 혼례를 끝내고 가마를 타고 종가로 들어오는 순간 날씨다. 이 문장은 혼불 천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청암부인의 결혼
19세의 청암부인은 15살 꼬마 신랑 이준의와 혼인하지만, 남편이 갑자기 고열에 걸려 사흘 만에 죽고 만다. 그리고 삼 년 상을 치르고 얼마 후, 25세에 남편의 동생 이병의의 장자인 이기채를 양자로 맞아 홀로 쓰러져 가는 이 씨 문중을 쌀 오천 석 집으로 일으켜 세운다.
청암부인이 매안 이 씨로 시집오자마자 청상과부가 되었음에도, 아랑곳 않고 매안 이 씨의 실질적 가장이 되어 매안 이 씨를 이끌어 가는 여장부의 면모를 보인다.
윗대 대대로 이어지는 불행으로 쓰러져가던 매안 이 씨를 새롭게 세우는데 전력을 다한다. 특히 청암부인은 하늘만 바라보는 작은 저수지를 매안 이 씨가 사는 원뜸 마을(매안 이 씨 종가)뿐만 아니라 상민 마을인 거멍굴까지 다 마실 수 있는 대규모 저수지로 만든다.
이기채는 비록 양자이나 청암부인을 극진히 모시고 아들을 낳아 며느리를 보았으나 가세가 점점 기울어간다.
이강모의 결혼
이기채의 아들 이강모는 종가의 장손으로 태어나서 강실이라는 사촌 동생을 마음속으로 좋아하지만, 결국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만석꾼 딸 허효원과 결혼한다.
그러나 강모는 어릴 때부터 같이 좋아하고 지내던 사촌 동생 강실이를 잊지 못하고 효원은 남편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자신이 먼저 애정을 구하지 못한다.
천성이 유약하고 바이올린 연주를 좋아하는 강모는 가문의 대를 잇는 일을 버거워하다 징병을 피해 만주로 떠나고 병세가 깊어진 청암부인은 죽음을 맞는다.
청암부인이 죽은 이후. 강모는 효원과의 결혼식날 왜 그토록 강실이를 그리워했는지, 그리고 먼 친척인 죽은 강수의 혼을 결혼시키는 혼례날, 온통 비워버린 동네에서 그 틈을 타 강실이를 강간하고 집으로 돌아와 왜 부인을 겁간하고 동경으로 떠났는지 생각한다.
강실이는 종가에서 갈라진 신분이 낮은 양반집 여자였고 종가 장손인 강모가 정식 아내로 맞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강모의 결혼은 사랑이 아닌 종가의 의무였다. 강실이를 버리고 종가 혼인을 선택했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강실이를 잊지 못하는 욕망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 후 강실이의 강모에 대한 사모의 정은 깊어만 가는데, 강모는 장손에 대한 심리적 부담과 가까이하고 싶으나, 가까이할 수 없는 강실이에 대한 심리적 갈등 속에서 일본 여인 오유끼를 사랑하게 된다.
오유끼를 돕기 위해 잠시 차용한 공금이 공금 횡령으로 밝혀지고, 그 후 강모는 홀로 만주로 떠난다. 뒤이어 오유끼도 따라간다. 이때 효원은 강모의 아들을 낳는다.
춘복이 강실이를 강간하다
강실이는 강모에 대한 사모의 정이 깊어감에 따라 상실과 상심을 통해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데 강모가 강실이를 강간했다는 소문은 매안 이 씨의 하인들과 상민들 사이에 퍼져나갔다.
이 소식을 상민의 신분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으로 불타는 춘복이 전해 듣게 되고, 자신의 욕망을 강실이를 통해 이루고자 회심의 미소를 띄운다.
강모에 대한 상사의 정으로 극도로 쇠약한 강실이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달의 기운을 마시고자 산으로 가는데 역시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흡월차 산에 가던 춘복이 강실이를 만난다. 강실이는 춘복을 보고 기절한다. 기회를 잡은 춘복이 기절한 강실이를 데리고 숲 속으로 간다.
깨어난 강실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춘복이를 받아들인다. 이후 강실이는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했다는 소문을 들은 강실이의 모친 오류골댁은 강모의 처 효원과 의논하는데 효원은 서둘러 병을 핑계로 먼 곳으로 피접을 보내기로 작정하고 방물장수에게 부탁한다.
강실이의 운명
방물장수와 강실이 함께 떠나는 날, 옹구네가 강실이를 가로 채, 자신의 집에 숨긴다. 강실이는 옹구네 집에서 얹혀살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 사라진다.
강실이의 아이 아빠는 누구일까? 오류골댁과 효원은 강모가 아빠라고 생각하고 옹구네는 춘복이 아빠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오픈 결말을 지었다.
아이 아빠는 강모일까? 춘복일까?
강실이는 아이를 낳을 것인가?
강실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청암부인의 별세 이후 가문을 지키는 일은
3대 종부인 강모의 아내 허효원의 몫으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