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 북촌

나를 찾아 떠나는 도시 골목 여행

by 원윤경

북촌은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현대사옥에서 중앙고 정문 방향도 좋지만, 2번 출구 쪽에서 헌법재판소 방향도 좋다. 헌법재판소, 정독 도서관을 지나서 삼청공원이 나오는
길이다.

인사동 거리 보다 가게들이 단조롭지 않고 다양하고 중간중간에 갤러리도 적지 않아 볼거리도 많고 주로 젊은이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거리에 생기가 넘쳐나서 좋다.

한 입을 베어 물때마다 경이로운 빵.


설탕처럼 달콤함이 비처럼 내리는 빵. 슈가 레인. 밋밋한 벽에 빵에 대해서 자신 있다는 표현을 한 광고 그림이 재미있다.


배스킨라빈스 삼청 마당점 한옥.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좋다. 신선하다.

'당신의 향기는 여기에 있습니다'를 보는데
'나의 향기는 어디에 있나?'로 읽었다.

나는 향기가 있나.
무슨 향기를 가지고 있나.
어디에 향기가 있나?

말에 향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행동에 향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글에 향기가, 손에 향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추억이 있는 거리다.
우리는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막상 잊히면 그리움에 가슴 아파할 그 어떤 사연 하나쯤 다들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나간 시간은 지나간 대로 두 자.
어쩌겠나. 그래야 앞으로 나갈 수 있지 않겠나.

첫 만남.
처음. 누구나 처음이 있다.

처음 학교 간 날.
처음 먹어 본 학교 급식.
처음 들어간 직장.
처음 탄 월급봉투.
첫사랑. 첫인상. 첫눈.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하는 처음은 누구나 가슴속에 묻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한방차, 단팥죽을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이란다.

옛날 어느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동네에 삼계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하루는 앞집에서 간판을 바꾸어 달았는데 ‘원조 삼계탕’하고 써 붙였다.

간판이 바뀌자 손님이 늘어났다. 그러자 다음날 맞은편 식당에서 ‘진짜 원조 삼계탕’이라고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맞은편 간판이 바뀌자 이번에는 '원조 삼계탕' 간판을 써 붙였던 앞집에서는 '진짜 진짜 원조 삼계탕'이라고 바꾸어 달았다.

그러자 '진짜 원조 삼계탕' 집에서는 '특허받은 진짜 진짜 삼계탕'이라고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이렇게 매일 하루가 멀다 하고 두 집이 간판 전쟁을 하는 동안 식당에서는 맛이 사라지고 서비스가 사라지고 손님도 사라졌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 집은 서울에서 제일로 잘하는 집이 아니라,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이란다. 먹어보지 않아도 맛있겠다. 사실은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집인지도 모르겠다.


삼청동 가면 한 번씩 들러는 삼청동 수제비 집.

문향재. 차 향기를 듣는 집. 오미자, 대추차, 녹차, 보이차, 연잎밥을 파는 찻집으로 이름의 해석이 특이해서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문(文) : 글, 문학, 학문.
향(香) : 향기, 좋은 냄새, 아름다움, 품격.
재(齋) : 서재, 집, 혹은 학문을 닦는 장소.

'문학의 향기가 가득한 집' 또는 '학문의 고귀한 향기가 머무는 공간'으로 차를 마시며 문학을 나누는 모습에서 그 분위기의 향기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인가.

35년 전. 종로구청 앞 골목 2층에 있던 전통찻집 무추재가 생각났다. 뾰족함이 없는 곳, 속박 없는 학문, 자유로운 사유의 뜻을 가진 무추재라는 곳이 있었다.

무(無) : 없다, 없음.
추(錘) : 뾰족하거나 무거운 추.
재(齋) : 서재, 집, 학문을 닦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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