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도시 골목 여행
회기역에서 용문행을 타고 도심역에 하차했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야 능내역 가는 버스가 온단다.
63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두 시간에 한 대씩 있고, 땡큐 58-3 버스는 그나마 한 시간 후 도착한다고 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의지해 앉아 계신다. 안티푸라민이라고 적힌 파스를 투명 비닐봉지 안에 한가득 들고 계신다. 어디가 아프신 건가. 건강하셔야 할 텐데.
버스가 왔다. 예쁘다. 유럽에서나 봄직한 버스다. 차 안에서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분위기에 취해서인지 흘러나오는 노래는 옛 생각에 잠시 머물기에 충분했다. 햇살이 좋은 날. 북한강을 옆으로 하고 달리는 기분은 예쁜 버스 탓인가 상큼하고 뽀송뽀송했다.
아주 작은 기차역이다.
<능내역에서>
사실은 이 문장을 직접 보고 싶어 찾아왔는데
눈으로 직접 보니 그 옛날 작은 능내역에서 있었을 여러 가지 이별과 만남과 헤어짐과 기다림의 역사가 그려졌다.
기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나와 기다리던 엄마.
시집간 딸이 돌아가는 모습을
오래 남아 지켜보던 아버지.
서울로 공부하러 간다는 친구에게
높이 손 흔들며 보내던 친구.
군대 가는 남자 친구의 손을 잡고
깍지 낀 손 풀지 못하던 연인.
수많은 사연이 쌓여 있을 능내역이지 않았을까!
네가 보고 싶어 첫차를 탔어. 얼마나 보고 싶으면 게으른 누군가가 첫차를 탔을까! 귀엽고 재미있다. 건강한 설렘을 주는 글이다.
첫눈 오는 날 여기서 만날까? 그래. 그러자고 약속을 한 연인들이 있다면, 그 약속이 이루어진 연인들은 얼마나 될까. 옅은 미소가 생기면서 잠시 궁금해졌다.
한 모둠의 여인들이 지나면서
"하늘이 너무 좋아."
"너무 예뻐 너무 예뻐."
"오늘 하늘 죽인다."라고 한다.
남자들은 함께 오지도 않겠지만, 세상이 혹시 변해 남자들도 친구들과 왔다고 해도 하늘을 보고 길어야 두 마디 그냥. "좋다." 정도 했을 것 같은데 중년의 여인들 수다가 날씨처럼 좋아 보인다.
능내역 가까이 있다는
다산 정약용의 생가 가는 길.
200년 전 목민심서 서문을 보고,
지금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군자의 학은 수신이 그 반이요.
나머지 반은 목민인 것이다. 성인의 시대가 이미 멀어졌고 그 말씀도 없어져서 그 도가 점점 어두워졌으니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기를 바는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여위고 시달리고, 시들고 병들어 서로 쓰러져 질퍽질퍽한 진흙 구렁이를 메우는데, 그들을 기른다는 자는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기만 살찌우고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