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도시 골목 여행
동네 중턱에서 만난 작은 가게. 주로 생필품이 많다. 라면, 과자, 음료수. 누군가의 피로를 씻어줄 소주, 막걸리가 잔뜩 쌓여있다.
자리가 좋다. 이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저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모두 이곳을 지나갈 자리. 화려하지 않고 작지만 꼭 필요한 자리. 명당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자리인가?
꼭 필요한 자리에 있는가?
아니면 화려하기만 한가?
나는?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산이 가까울수록 계단은 많고 가파르고 집은 점점 작아지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왜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사는지 아니?
불안해서 그래
모진인생
의지할 것이
없어서 그래
다닥다닥 붙어살면
한 스푼의
온기라도 느끼니까
다닥다닥 붙어살면
한 스푼의
눈물이라도 나눌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래.
이발소를 상징하는 빨강, 하양, 청색의 회전 싸인 간판이 돌아가며 손님을 부르고 있다. 미용실 체인점이 활성화되기 전, 이발소는 남성이라면 설날이나 추석이나 군 입대 전에는 한 번씩은 다녀갔던 추억이 있는 장소다.
도심지역에서는 건강한 남성에게 유혹의 장소이기도 했던 이발소 회전 간판이 금호동 골목길에서 돌고 있다.
유혹하다. 유혹은 거리의 상점이나 클럽의 네온사인이나 카지노에서의 불빛처럼 휘황찬란하게 유혹을 하기도 하고 스타벅스 로고에 있는 사이렌처럼 소리로 유혹하기도 한다.
유혹. 넘어가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목마를 만들었던, 영웅 오디세우스가 사이렌 섬을 통과할 때, 치명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했나 보자.
그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로 지나는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죽게 만드는 사이렌 마녀들이 사는 섬을 통과하기 전에 먼저 납으로 귀를 막고, 자신은 기둥에 몸을 묶어놓았다.
배가 점점 사이렌의 섬으로 다가가자, 오디세우스는 노랫소리에 참을 수가 없어서 줄을 풀고 혼자서라도 사이렌의 섬으로 가려고 했지만, 부하들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그를 기둥에 붙잡아 매었고, 그 배는 무사히 사이렌 섬을 통과했다.
유혹을 이기는 방법은 오직 하나, 유혹하는 힘보다 내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도록 하면 유혹을 이길 수 있다.
사이렌 섬을 통과할 때, 치명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통과한 또 한 팀이 더 있다. 아르고 원정대 팀이다.
이아손과 그의 동료가 탄 아르고 원정대가 지중해의 중간지점 갔을 때, 사이렌들이 살고 있는 섬을 통과해야 했다. 마침 그 배 안에는 리라의 연주자 오르페우스가 있었다. 오르페우스의 리라 솜씨는 대단했다.
배가 사이렌들이 살고 있는 섬에 이르자,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손에 들고 뱃머리에 올랐다. 멀리서 사이렌 자매들의 치명적인 유혹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동시에 오르페우스의 연주도 시작되었다.
그러자 사이렌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름다운 리라의 선율이 사이렌들의 노랫소리를 막아버리고 선원들에게 들리지 않게 했다.
치명적인 유혹은 이길 수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눈으로 그것을 보지 않게,
귀로 그 소리를 듣지 않게, 코로 그 냄새를 맡지 않게, 손으로 그 느낌을 느끼지 않게, 발로 그곳에 가까이 가지 않게 유혹보다 더 큰 자기만의 제어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
누구에겐 부모일 수도 누구에겐 명예일 수도 누구에겐 자신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나에겐 아이들이다.
끝도 없는 계단.
계단 위에 계단이 있고 계단이 끝나면 또 다른 계단이 기다린다. 저 끝에 사는 사람은 아프지 말아야겠다.
이 긴 계단을 어떻게 내려갈 것인가.
이사는 어떻게 했을까.
눈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저 계단을 어찌 오르내리시려나, 장이라도 두 손 가득 봐오는 날에는, 한여름 뜨거운 햇살에 평지에서도 헉헉거려지는 날에는 어쩌시려나.
이런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났지만, 곧 답을 찾았다. 살다 보면 다 살아진단다. 늘 나에게 들려주던 말.
못 살 것 같았지.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하루하루를 기도하며 살다 보니 살아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