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몽당 10분 연극제

연극제

by 원윤경

사루비아 꽃이 피었습니다 / 극본 백하룡


주인공 아들 등장.
구슬이 잔뜩 들어있는 그물망을 오른손에 들고 구슬을 굴리며 등장한다. 이 소리는 저의 눈 알이 돌아갈 때 나는 소리입니다.


아들은 온종일 누워서 TV만 본다. 그것도 뉴스만 본다. 국립 서울대학교에서 청소하는 어머니가 아들의 유일한 가족이다. 이웃들이 아들을 뭐라뭐라 부르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어머니는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데 아들은 뉴스만 보고 싶다. 이 사실 외에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다.


국립 서울대학교 복도.
어머니와 어머니 파트너가 복도 한쪽에서 식사를 하는데 새로 온 관리소장이 나타나 두 사람을 쫓아낸다.


아니, 우리 휴게실은 지하에다가 공기도 잘 안 통해 빛도 안 들어와 냄새는 오죽해, 걸레, 바가지, 락스. 없는 게 없는데 여기는 아무도 안 오고 공기도 좋고 햇빛도 잘 들어와 잠시 밥 먹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먹으려고 하는데 그걸 못하게 하네. 정말 저놈은 나쁜 놈이야.


그렇게 힘들게 어머니는 일이 끝나면 집으로 와서 또 아들을 돌본다. 입만 겨우 움직이는 아들. 어린아이처럼 기저귀를 갈아주고 욕창이 생기지 않게 깨끗이 씻어주고 죽을 먹여준다.


그리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드라마를 본다. 아들은 이 시간만큼은 뉴스를 볼 수 없다. 이것이 어머니와 아들의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하루다.


학교에서는 국립 서울대학교 격에 맞게 기본 회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지침이 어머니에게 내려왔다. 만약에 점수가 미달되면 재계약은 없다고 했다. 어머니가 소장에게 따졌다.


여기 오는 외국 사람은 모두 한국말을 다 잘하는데 왜 우리가 외국어를 배워야 하냐고 했다. 그랬더니 싫으면 나가라 했다.


하루는 학교 빈 공터에 심어 놓은 야채와 꽃을 소장이 보고는 모두 치워버렸다. 어머니의 유일한 취미가 사라졌다.


TV에서는 매일 전쟁 소식으로 가득하고 드라마는 불륜 소식으로 가득하고 삶은 즐거움이 모두 사라지고 희망이 보이지 않고 우울로 가득했다.


가을이 돌아오면 학교 공터에 어머니가 심어 놓은 사루비아 꽃이 필 텐데, 이젠 가을이 돌아와도 꽃은 피지 않을 것이다.


어머니는 사루비아 꽃이 활짝 피어있는 곳을 꿈꾼다. 참으로 마음 아픈 연극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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