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 - 묵호항

나를 찾아 떠나는 바닷가 골목 여행

by 원윤경

묵호역으로 지나는 길에 정동진역.

오늘도 아버지의 등불은 검은 바다 위를 서성인다. 짧은 글이지만, 고흐의 그림을 보는 듯,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아련거렸다.

아빠 :
오징어잡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아버지.
아버지의 등불은 오늘도 서성인다.
어제도 서성인 아버지의 오징어 배.
오늘도 깊은 바다 위에서 서성인다.

기름값이라도 할 수 있을까.
오징어를 잡아가야 가족이 좋아하는
소고기 국도 끓여 먹을 텐데,
오늘도 빈배로 서성인다.

아들 :
오늘도 아빠는 오징어 잡으러 나가셨다.
어제는 빈배로 오시더니 오늘은 한 마리라도 잡아서 오시려나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으신다. 빈배라도 좋으니 무사히 돌아만 오세요.


아주 작은 카페 나포리 벽에 붙어 있는 시 한 편이 오랫동안 발길을 잡았다. 바닷가에 사는 여인네의 심정을 가슴 시리게 적어 놓았다.

논골 담화 / 김진자

평생을 발아래 바다를 두고 살아온 사람들
고 살길 산등성이에 매서운 바람이 들이쳐도
아부지들은 먼바다로 악가 바리 나가셨다.

남자들이 떠난 지붕 위엔
밤이면 별꽃들이 저 혼자 피고 지고
아침이면 가난이 고드름처럼 달려
온종일 허~기는 식구들처럼 붙어 있었다.

겨울이 다 가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부지들을 기다리며 등대는 밤이면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애타게 애타게 손짓을 했지만


먼바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아부지들은 세월은 구불구불 논골로 돌고 돌아
그 옛날 새 새댁 옥희 엄마는
기억도 희미해진 할머니가 돼있다.


망부석처럼 서 있는 묵호등대 그 불빛 아래
조갑지만큼이나 숱한 사연이 못다 한 이야기로
담벼락에 피어나고 고봉밥처럼 넉넉하게
정을 나누며 바다 바라기를 하는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따닥 붙어서 살고 있다.

당신의 인연은?

같이 걷고 있는 사람?

맞는 말인데, 아닐 수도 있다면?

잼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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