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아이더니먼

-잘지내지마세요

by 이븐도





나빼고잘지내지마세요.






와 집왔다


-동먼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였던 장면. 며칠 있었다고 그새 집 같았다. '영어'가 여기서 시작된다는 간판 아래서는 오후쯤 되면 어린 애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뭘 어떻게 배울까 궁금했다. 여기 애들도 돌아다니면서 영어단어 적어놓은 거 보고 외우고 그렇겠지? 더 할까?

코코. 버블티집. 사놓고 먹기 싫어서 그 다음 날 몇입 먹었다.




융캉우육면


-첫날. 늘어져 있다가 억지로 나갔다. 현금만 받는 시스템에 물을 안 준다는 걸 가서 알았다. 내 앞에 줄선 한국인 커플이 떠드는 걸 들었다. 우리가 오늘 먹은 거 중에 제일 비싼데? 라고 남자가 그랬다. 인정. 비쌌다.

우육면이 300대만달러는 했는데 지갑에 현금은 250밖에 없었다. 묘하게 킹받는 관계로 줄 서다 려쳤다.

한국 돈으로 만사천원은 하는데 물도 안 줘? 뭐 이런..




길빵 최고
잘 지내니? 잘지내지 마.


-타이베이 기차역 앞쪽. 컸고 사람이 많았다. 구걸하는 사람도 빼입은 사람도 단체관광객도 그냥 젊은 애들도.

뭘 짓는 중인 게 정말 많았다. 공항에서 내린 뒤 전철에서 본 풍경부터 쭉 그랬다. 왜 새 빌딩을 다 저런 누르튀튀한 색으로 세우나 생각했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나라가 습해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타일을 많이 쓰고 구식 건물과의 조화가 어쩌고.. 뭐 그렇다고 했다. 어차피 다 믿을 건 못 되니 대충 이해했다.




조말론 런던과 감성카페와 약재 상점이 공존.
행복하세요.


-디화제. 그리고 거기서 웨딩 스냅샷을 찍던 커플.

노란 꽃에 까만 드레스와 미소가 어울려 아리따웠다.




그 근처 학교 염탐하기.



까르푸 앞에 떡하니 있던 개. 점잖았다.


-카페 위치 찍은 거였는데 가다 보니 까르푸가 나왔다.

대만 여행 갈 때 장바구니 챙겨서 다니라는 포스팅을 올린 네이버 블로거 누구님께 감사를.

옛날 한국 그 파란 마트 까르푸처럼 몇 층 짜리는 아니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나 지에스후레쉬 같은 느낌. PX마트보다 정돈된 느낌에 과자 종류가 많았다.

뭘 하는지 향을 피워놓고 행사 같은 걸 꾸미는 것 같았다.




부자 선생님들 잘 지내시는지.


걷고 또 걷고. 단발머리 여자가 트레이너 앞에서 케틀벨 드는 작은 피티센터도 지나고 퇴근하고 갓생 사는 직장인들 모인 헬스클럽도 지나고. 가는 길이 점점 멀끔해진다 싶었는데 백화점이 나왔다. 진 빠지게.

좀 더 편해 보이는 데를 가고 싶었다. 중간에 딴길로 샌 거라 한참을 걸려 온 건데 그냥 유턴했다.


다른 곳을 찾는데 대만은 늦게까지 하는 카페가 많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카페도 아주 흔하지는 않았다. 투썸 스벅 할리스 이디야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또 헤매느니 그냥 숙소 근처 가자 싶었다.




뭘 보고 계셨을까


-다음 날. 안 먹던 술 먹는다고 까불었더니 자는데 팔다리가 아팠다. 조금 늦게 나왔다. 아침 먹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다 떠난 시간대. 그래도 음식 냄새는 계속 났다. 아주머니가 뭘 유심히 읽었다. 궁금했다.


이동한 곳의 세븐일레븐. 쯔위가 너무 예뻤다. 트와이스 대만 공연 첫날. 야구 유니폼 모양 굿즈를 입고 핑크색 세수머리띠 (왜..?) 같은 걸 한 통통한 남자애가 그 앞에 친구와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고 저 콤부차들을 샀는지 안 샀는지까진 못 봤지만, 어디든 오따꾸들 하는 짓은 똑같다고. 이미 집에 있었을지도?

어케 안 사누. 누나들 사진 붙은 걸.




이름 뭐더라. 오리공원.


-타이페이 돔과 초대형 서점 및 멀티플렉스 등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 24시간 하는 서점이 있는 곳이라길래 밤에 가보려 했는데 택시 타는 것도 무서워서 그냥 낮에 갔다.


대만은 귀여운 캐릭터나 마스코트가 많아 보였다.

억지로 귀여운 거 말고 찐으로 귀여운 거.




-


걷다 보니 정원 같은 게 등장했다. 저기서 인생에 대한 고찰과 번뇌와 해탈과 기타등등 반복의 시간을 다시 갖다가 비행기 체크인에 이어 트립닷컴에 전화를 건 후 나는 왜 이럴까 또 새롭게 생각했다. 그러다 슬슬 부는 바람에 잊었다.


등 굽은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끌고 주위를 돌았다. 보호사인지 요원인지 싶은 남자의 보조 하에. 폰 들고 영상도 찍어 주길래 무슨 사이일까 생각했다.

저래봬도 공간이 컸는데.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걸었다. 느리니까. 걷는다고 할 수 있나? 있지. 그 정도면.




빵 최고.


앉아 있는데 시퍼런 체육복 입은 남자애들이 단체로 등장했다. 견학이나 현장체험학습이었겠지?

빵. 근데 빵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점에서 책에 키링 사고 나와서 편의점도 들렸는데 이지카드랑 호텔 카드키 넣은 파우치가 없었다. 우육면을 오늘은 먹으려고 현금 뽑아놓은 거랑 트레블월렛 카드도 있었는데. 그거야 뭐 잃어버려도 되긴 했지만.. 역시 나는 한 번을 그냥 안 넘어간다는 걸 또다시 확인했다. 한 시간은 그거 먹느라 분수대에 앉아 있었는데.


그래도 편의점에서 그대로 찾았다. 그때부터 다시 마음을 잡았다. 여행? 비스트 오빠들이랑 헤어진 기분? 한심한 내 성격? 다 필요 없고 제 0순위는 무사귀환이다.




거기 뷰는 어때. 자릿값 안 붙니?



먹금하십쇼 시비털지도 말고
마스코트 실물


-잘 지내니? 너 팔자 참 좋겠다. 아니라고?





꺄르륵꺅꺅꺅꺄르르


-융캉공원. 나 사람들이 아침에 태극권 하고 운동하고 그런 걸 보고 싶어. 숙소 어디로 잡아? 대만 아무것도 몰라. 그냥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구경할 거야, 라고 제미나이에게 (무려 유료!) 물었더니 던져준 곳. 융캉제. 융캉공원.

엄마가 누가크래커 사 오라길래 다른 과자도 보려고 까르푸 찍었더니 어쩐지 그전날 갔던 데랑 다른 곳을 알려줬다. 가다보니 이 공원이 나왔다.


애들이 자기들끼리 엉켜서 소리지르고 공 던지고 미끄럼 타고 부딪혀서 울고 아빠한테 이유는 모르지만 혼이 나고 엄마랑 잡기놀이를 했다. 내 옆에서는 젊은 커플이 열띤 논쟁을 했다. 싸우는 거였을까? 뭔 얘긴지 진짜 도통 몰랐다. 정말 몹시 궁금했다.


영어로 엄마아빠랑 얘기하는 애도 있었다. 외국인 부부도 있었고. 잘 사는 동네인 모양이었다. 일어나 뒤를 도니 이솝 매장이 있었다.

중국어로 지치지도 않고 떠드는 애기들이 부러웠다.

너네 어케 그 한자를 다 외워? 대단해.




각자의 영화 속 주인공들


잘못 찾은 까르푸로 향하던 길에 나온 대만사범대학교.

정말 다 무슨 얘기들을 할까 궁금했다. 돌아다니는 애들이 다 진짜.. 어렸다. 그래, 내 또래는 이제 대학원에 있어.




닭집.


이 표지판이 보이면 진짜로 집에 다 온 거였다. 그래봐야 호텔은 역에서 3분쯤 거리였지만. 통통한 닭다리 요리가 계속 보였다. 동생을 데리고 왔어야 했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 먹고 별로여도 걔가 다 먹을 테니까.


근데 별로일 수가 없는 냄새였다.

고작 이틀 밤 잔 건데 벌써 아쉬웠다. 꼬꼬닭 표지판.




뉘신지 모르지만 잘 사시겠죠.


-티켓 문제 때문에 혹시 몰라 우버를 탔다. 동먼역에서 타오위엔 공항까지 6만원 정도. 일정 내내 지하철역에서 내내 광고가 나왔다. 아 잘생겼다 생각했는데 마지막 날 택시에서도 등장. 정말 잘생겼다.



-



하다하다 쓰레기까지 그립다.



*

친애하는 당신들, 이라는 뜻이다.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무진히도 궁금해 하면서 가까운 이들의 말은 귀찮았다. 반성.. 까진 안 한다. 핑계를 대자면 그 사연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다는 걸 알아서, 정도로 해도 될까.


여튼 나 빼고 잘 지내지 마시길.

같은 시대를 사는 나는 계속 궁금해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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