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혼자서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20161014 새벽 4시 30분,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인천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중국동방항공 비행기를 타고 인천에서 출발하여 중국 상해를 거쳐 런던에 도착하기까지 꼬박 16시간이 걸리는 여정의 첫 걸음이다. 중국동방항공은 연착으로 유명해서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사실 이미 출국 몇일 전 갑자기 귀국편 비행기가 연기 되버리는 바람에 강제로 파리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만든 전적도 있었다. 정신만 바짝 차리면 국외 비행편도 버스랑 매한가지인 것 같다. 런던으로 가는 동안 해가 지지 않고 계속 떠있는 걸 보니 정말 지구 반대편으로 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진짜 유럽에 가는 건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퇴사를 결정하고 유럽행 비행기를 끊었을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여전히 현실감이 없는 기분이었다. 나는 지금 가까운 속초나 춘천으로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서울에서 9,000km나 떨어진 런던으로 가는 것이다. 창 밖의 비행기 날개를 바라본다. 어김없이 날개가 부러져버리는 장면이 연상된다. 나는 비행기 공포증이 조금 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 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는다. 나는 기내식 먹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긴장 상태에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에 대한 감각이 무더질 때 쯤 비행기 바퀴가 히드로 공항 활주로에 내딛었다. 드디어 런던에 도착한 것이다. 정말 멀리도 왔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멀리 떠나 본 적이 있었나. 혼자서 먼 길을 가는 것. 여행은 왠지 우리의 인생과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여행길 위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져가게 될까. 이 낯선 유럽 땅에서 37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적어도 후회는 남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