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는 수요일 출근길, 9호선 급행 지하철이 여의도 역에 정차했다. 문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온몸으로 전해지는 피로감. 오늘도 9호선 급행 지하철 안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적막한 공기, 표정 없는 얼굴들, 타인으로부터 전달되는 낯선 촉감, 뒤섞인 향수 냄새. 나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듯이 이어폰을 꽂은 채 핸드폰 화면에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닺혔을까. 불어난 사람들 사이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쨍쨍한 울음소리는 마치 죽어 있는듯한 이 공간에서 가장 생명력 넘치는 무언가였다. 이제 어른들은 울보가 될 수 없다. 어른은 남 앞에서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을뿐더러 더욱 복잡하고 섬세해진 감정의 실이 얼기설기해져야 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아기는 어떠한 사유도 필요 없는 가장 순수한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뱅뱅 돌지도 않고 숨기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내뱉어지는 앵앵 소리. 그것은 마치 멈춰선 횡단보도 위의 푸른 신호등과 같았다. 사람 사이의 경계선이 분명 해지는 요즘,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해도 된다고. 부딪히라고.
꽝!
- 오늘의 단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