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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년필 Jan 07. 2022

가장 멀고 가장 가까운 곳

스타 샤이어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오후는 지루하게 하품을 하는 것만 같았다. 하늘 사이로 연기가 소리 없이 흐르고 숲이 나뭇가지를 감싸 올려 안개를 가두어 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빛은 떨어지다가 물방울 속으로 사그라들어 버렸다. 모두 오후가 지루할 때 하는 장난들이다. 이런 날이면 나는 스타 샤이어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스타 샤이어는 아마 작은 마을일 것이다. 어쩌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일 수도 있고 호수와 오두막 한채만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밖에는 검은 커튼이 둘러싸고 그 가운데만 빛이 비추는 신비롭고 기이한 마을일 수도 있다. 적막 속에서 꿈처럼, 환상처럼 존재하는 마을. 그게 스타 샤이어다. 만약 누군가 가보고 싶다며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 사람과 인사할 때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신은 알지 못하더라도 몇 초 즈음은 스타 샤이어에 발을 들인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스타 샤이어는 내 마음의 이름이다. 어느 날 우연히 한 책을 읽다가 생각이 들었었다. 마음속에 새를 담고 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날부터 내 마음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상상하는 것이 나의 작은 비밀이 되었다. 오후의 비밀스러운 법칙처럼 말이다. 스타 샤이어는 나의 숨겨진 모습들로 가득 차있다.


2012년 10월 8일 셀레스테

 스타 샤이어는 작은 마을이다. 보통은 잔잔한 호수와 그 위로 떨어지는 잔잔한 햇살이 아름다운 조용한 마을이다. 좋은 날들에는 봄처럼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고 바람은 잔잔하게 소용돌이를 치면서 낙엽을 하늘 위로 엮는다. 그런 곳이 스타 샤이어였다. 하지만 2012년이 시작된 이래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저번 달에는 잔잔한 호수가 바다처럼 파도를 치기 시작했고 어제는 커다란 유성이 떨어져서 그레이엄이 아끼던 나무를 쓰러뜨리고 말았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자 그레이엄, 벳시, 제퍼슨과 나는 이 모든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기록의 황야에 넣어두는 일을 맡게 되었다. 기억의 황야는 마른 풀들만 있는 황야이다. 그런 마른 황야에도 큰 나무 하나가 스타 샤이어가 생긴 이래로 서있었는데 나무 아래의 금고에 기록문을 넣어두면 된다.

2012년 10월 17일 그레이엄

 스타 샤이어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마을일 것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노을이 떠서 하루 종일 붉은 하늘이었다. 언젠가 비행기를 완성 시켜서 동쪽으로 쭉 날아갈 것이다. 굳이 동쪽의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바람이 동쪽으로부터 불어오기 때문에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올지 궁금한 것 뿐이다. 어쨌든 곳 비행기를 완성한다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11월 1일 벳시

 스타 샤이어는 비밀스러운 곳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파란 하늘이 활짝 열리고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그럴때는 푸른 색도 갈색도 회색도 모두 섞여 풍경은 색깔로 얼룩진 하나의 그림이 되어 나를 바라보는 듯하다. 스타 샤이어가 나를 바라보는 고요하지만 유리에 꽂히듯 내려앉아 스파크로 소멸하는 시선이 비밀스럽다. 침묵도 비밀스럽다. 소나기 같았던 갑작스러운 비가 3일 동안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엔 모든 것들이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투명하고 차가우면서도 슬픈 파란색으로 말이다. 나는 가끔 스타 샤이어가 하늘과 같은 재료로 지어졌을지 궁금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스타 샤이어가 하늘만큼 변화무쌍한 걸 봐서는 틀림없다.

2013년 1월 1일 제퍼슨

 스타 샤이어에 다시 봄이 왔다!


 나는 궁금하다. 내가 울면 스타 샤이어에 홍수가 날지, 내가 아주 힘든 날에 스타 샤이어는 어떨지 궁금하다. 새해 소원을 빌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타 샤이어는 잘 있나요?”

 심장 위에 손을 대자 작은 박동의 리듬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그 리듬을 느끼면서 왠지 내 속삭임이 어떤 고도의 바람을 통해 스타 샤이어에게 전해졌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스타 샤이어는 어떻게 이렇게 가까우면서도 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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