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다루는 기술, 첫 번째 이야기
원하지 않는 일을 계속하거나,
소중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하고 싶던 꿈을 포기했던 순간들...
사실 그 배경에는 언제나 '돈'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순간들이 하루에도 너무 많았다.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보다 가성비 좋은 프렌차이점 식당을 선택했고, 진짜 입고 싶었던 옷보다는 할인 %가 높은 옷을 골랐다. 당시 나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명백히 나는 돈으로 모든 것들을 잣대하고 결정하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자본주의시대에 살아가니까. 결코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상.
우리는 지금 참 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전 세계 GDP 115조 달러,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많은 사람들이 돈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돈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고, 돈 때문에 꿈을 접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목적으로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거라고,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SNS를 열면 남들은 다 잘사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려한 일상들 사이에서 자꾸 비교하게 되고, 나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번 돈을 어떻게 쓸지만 생각하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어 건강을 해치고,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며, 정말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게 된다.
한 20대 직장인의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연봉 1억 받고 싶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왜 1억을 벌고 싶냐고 물어보니, "엄마한테 용돈 드리고,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취미 생활도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그럼 정말 원하는 건 연봉 1억이 아니라
'가족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내 취향을 즐길 수 있는 자유'였던 것이다.
어떤 30대 직장인은 승진을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물어봤다.
"아빠는 왜 맨날 안 와?"
그때 깨달았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건 직급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또 다른 친구는 명품 가방을 사려고 몇 달 동안 돈을 모았는데, 막상 살 수 있게 되니까 고민이 되었다.
"이 가방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결국 그 돈으로 평소 하고 싶었던 도자기 클래스를 등록했더니, 훨씬 만족감이 컸더란다. 진짜 중요한 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나만의 창조적인 시간'이었던 것이다.
한 대학생이 말했다. "돈이 충분히 있다면 세계 여행을 하면서 각 나라의 전통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그럼 지금도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때?"
결국 그 친구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나라 음식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돈이 많지 않아도 진짜 원하는 것에 한 걸음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얼마 전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언니 친구인 그는 한 대기업 임원이 되었고 40대 중반까지 승승장구했다.
연봉도 억대, 강남에 집도 있고, 외제차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완전 성공한 인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성공한 게 아니라 실패했다"고. 왜냐하면 자기 아이가 "아빠랑 놀아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분이 말하길, 자신의 진짜 성공 기준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걸 깨닫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했다.
지금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아내와의 대화 시간" 이런 것들로 성공을 측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이후로 일도 더 잘되었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더 재미있었다. 성공 기준을 매일 웃는 횟수로 정했다. 하루에 몇 번 웃었는지 체크하고, 돈을 쓸 때도 "이게 나를 웃게 만들어줄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비싼 명품보다는 친구들과의 소소한 모임, 재밌는 책, 맛있는 음식에 투자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돈도 덜 쓰게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나만의 기준을 세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바로 '돈은 도구다'라는 관점을.
나도 처음엔 "나는 아직 돈이 많이 없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직 집을 살 형편이 아니다', '아직 차를 살 수 없는 형편이다', '아직 캠핑용품을 살 때가 아니다', '아직 비싼 가구를 살 형편은 아니다', '뮤지컬 관람은 사치다'... 이렇게 스스로를 옥죄면서 살았다.
그런데 돈을 단순한 교환수단으로만 보니까 내 삶이 너무 팍팍해졌다.
웃긴 건 그 당시 생각해보면 그렇게 형편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신혼이었고, 금리도 낮았고, 맞벌이여서 돈이 금방 모였는데도 "더 모아야 한다"면서 악착같이 모았다.
그런데 말이다. 신혼은 일생일대에 한 번 있는 것이었다. 그때 캠핑을 가고, 그때 뮤지컬을 보고, 그때 비싼 가구들을 샀더라면 지금처럼 후회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시절의 나는 '언젠가는'이라는 말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다.
"언젠가 돈이 더 많아지면",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혼 때 함께 고른 가구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와 지금 사는 비싼 가구가 주는 의미가 완전히 달랐다.
돈은 흘러가는 시간을 되돌려주지 못한다. 그 순간, 그 감정, 그 경험들은 그때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물론 무리해서 쓰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내가 원하는 것, 지금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위해서는 돈이 도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생각의 관점을 바꿔보자.
결국 우리가 기억하는 건 통장 잔고가 아니라 그 돈으로 만들어낸 순간들, 경험들, 추억들이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산다는 것... 그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김승호 회장은 돈의 속성에 이런 말을 하셨다.
"돈은 인격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돈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다음엔 '돈을 다루는 기술' 두 번째 이야기로 찾아올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