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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엄마 Oct 07. 2019

엄마 과학자 생존기 - 8

무통 같은 소리 하네

8. 무통 같은 소리 하네



우리 땡그리가 태어났다.

글로 배운 출산의 과정과는 달리 흔히 말하는 난산을 겪어가며 힘들게 아이를 낳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진통은 왔는데 자궁경부가 열리지 않아 부득이하게 촉진제 (분만을 유도하기 위한 약물)을 맞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통은 오고 경부는 열리지 않았다. 심지어 양수가 새고.... 더 이상한 건 내 링거도 새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링거 바늘이 불량이었다...ㅠㅠ).

결과적으로 나는 유도분만에 실패하고 24시간의 진통 끝에 출산을 했다 (그래 난 의료적 혜택을 받지 못했다).

나와 같은 분만 과정을 겪는 경우를 우리는 비정상 진통 (난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난산을 설명한 네이버사전



나의 증상은 진통이 있는데 경부가 열리는 속도가 늦는 증상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내려오다가 잠이 들었다............(협조성이 전혀 없는 땡그리...)

그래서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어 유도분만을 하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어 내 담당 의사는 퇴근하지 않고 나와 함께 분만실 대기를 했으며,

유사시 제왕절개를 하느냐 마느냐, 또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이 도래하여 나의 마음이 자연분만에서 제왕절개로 넘어가기 직전! 망할.... 뱃속의 땡그리가 잠에서 깼다 (=진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결국 나는 아이를 출산하였다...


난산을 겪고 난 뒤 내가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내가 겪어 보니 왜 아이를 낳다가 과거에 많은 산모가 죽었는지가 이해되었다. 죽겠다 싶었다.

말 그대로 졸라 힘들었다.


분만실에 들어가 밥을 못 먹으니 힘을 쓸 수 없었고, 계속된 진통으로 잠을 못 자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좋다길래 맞았고 주사제의 이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통증이 없어진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아프다. 계속 아프다.


다만 아픔의 강도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오는 진통이 누가 내 허리 위에 장갑차를 지나가게 하는 정도의 아픔이라면,

주사를 맞으면 허리 위에 장갑차 말고 경차가 지나가는 아픔이 된다.


무통주사는 꼭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다........ㅠㅠ


무통주사로 알려져 있는 이 시술의 정확한 이름은 [경막외 신경차단술]이다.


통증이 있을 때마다 소량씩 진통제가 투여되는 방식이다. 이걸 맞는다고 해서 아무런 통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말하는 무통주사는 꼭 저걸 맞는 순간 모든 통증이 사라지는 것처럼 둔갑하게 된다. 그리고 그 주사를 맞고 아이를 낳는 이들이 편하게 아이를 낳는 것처럼 포장해버린다.


아주 기분 나쁜 포장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저 장치를 달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저걸 맞아서 난산이 된 것이 아니냐며 엄마에게 혼났다.

엄청 억울했다. 아니 진통만 24시간을 하면서 내가 주사 맞는 게 그렇게 혼날 일인가 싶어 참으로 서러웠다 (장치를 해서 1~2시간 분만이 지연된다고 해봤자 4시간... 그래 봤자 12~20시간 진통이었겠지..ㅠㅠ).


그리고 이미 처음 병원 와서 진통 체크와 자궁경부 체크를 한 결과 이미 난산이었다. 그렇기에 주사를 두대를 맞아가며 버틴 것이고, 그 덕에 잠을 잤고, 그리고 아이를 낳을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디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내가 주사를 두 번이나 맞았기 때문에 난산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나처럼 주사를 맞으며 아이를 낳고, 혹은 진통이 무서워서 제왕절개를 하는 것을 엄살을 피운다 혹은 모성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어른들도 꽤 계신다.

나도 아이를 낳아보기 전엔 진통이 무서워서 제왕절개를 한다는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었다....

지금 그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당시의 내가 얼마나 건방졌던 건지...

고통이 얼마나 되는지 감히 상상도 못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야기를 했던 것인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난산을 겪으며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생각보다 출산을 하는 당사자인 산모가 되었을 때 의학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 채 괜찮다는 이야기만 병원에서 들으며 출산에 임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듣지 못한 정보들은 어른들의 구전을 통해 혹은 맘 카페의 정보력을 통해 들게 되지만, 사실 이게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소문을 들은 내용을 의사에게 물어보면 의사들이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는데, 사실 그 진위여부를 알고 싶어 지는 소문까지 듣는 일이 드물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중에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고위험 임신에 대한 정보였다.

내 경우 어머니가 우리를 출산하면서 임신성 당뇨, 임신성 고혈압으로 고생을 하셨기에 그 두 가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왜 걸리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것저것 뒤적거리면서 고위험 임신에 대한 정보를 아이를 낳은 뒤에 알게 되었다...(하등 쓸모가...)


고위험 임신이란 게 있었다.


고위험 임신은 임신 또는 기존의 질병으로 인하여 모체나 태아가 심각한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말하며 위에 적힌 case의 경우 고위험 임신이 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즉 저 위에 있는 경우 나처럼 그 유명한 임신중독증에 걸리게 되는 확률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키가 작다............ 그래 150  cm 이하는 아니지만 암튼 160도 안 되는 짜리몽땅이었다....

그래...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리고 자연유산의 경험도 있었다....ㅠㅠ

저 위험 case를 보고 난 뒤 깨달았다. 어쩐지 내 담당 선생님이 나 이것저것 검사 많이 시키더라니.....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병원에 온다고 기특해하더라니....

아니 그냥 고위험군이면 차라리 말을 해주지.

마음의 각오나 하게...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뭐 이미 난 출산을 했으니까.... 이제 와서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다만, 내가 고위험 임신에 해당될 확률이 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검사를 하고 있고,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무엇 무엇이다 라고 좀 더 명확한 제시를 해주었다면 임신기간 동안 내가 취하는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편을 보아 알겠지만, 난 실험실 종사자라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오버해서 일을 했었다.

직장에 다니기에 충분히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웠었다.

만약 내가 고위험 임신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어쩌면 오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능력 입증도 좋지만 내 목숨 귀한 건 알고 있었으니까...

야근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집에 오면 충분히 잠을 자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라도 받았을 것이다.


병원에서 제공해주는 산모들을 위한 교실이 있긴 하다.

대부분 태교교실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를 위해 바느질을 하거나, 뭘 만들거나, 그리거나 한다.

진통을 경감시키는 산모 마사지 같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이런 임신의 위험성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진 않는다.

살이 얼마나 많이 찌게 되는지, 이 살이 찜으로써 위험해지는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이를 낳은 뒤 어떠한 형태로 몸이 회복해 가는지...

아이를 낳을 때 산모는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


이런 이야기는 없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출산하는 사람은 나인데, 아무도 나에게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아이의 성장과 발달사항에 관한 정보만 제공한다.

임신을 함과 동시에 모유수유가 얼마나 좋은지 위대한지를 말하고

자연분만을 해야 아이가 똑똑하단 소리를 해댄다.

그 자연분만을 하려다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위험성은 말하지 않는다.

모유수유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말은 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으면 젖이 그냥 도는 줄 안다.


출산과정도 그러하다.

아이를 배려하여 조용한 환경, 어두운 불빛,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안아주고 젖을 물리는 캥거루 케어까지...

아이를 위한 출산방법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런데 정작 산모는 굴욕 3종 세트를 하고 누워있어야 한다.

어딜 가도 산모를 위한 출산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회음부 절개가 얼마나 기분이 오묘한지... 또 관장 후 밥을 못 먹어서 주린 배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건지... 진통 온 와중에 당하는 제모도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절개 후 봉합하고 얼마나 불편한 느낌이 있는지

또 상처 아물면서 얼마나 아픈지....

회음부 절개가 왜 필요한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왜 산모의 선택이 될 수 없는지....

이러한 점이 싫어서 조산원에 가는 사람들이 정말 이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예민한 걸까?


임신의 주체는 산모인가 아이인가?
출산의 주체는 산모인가 아이인가?


둘 다가 해당되는 의료행위라면 둘 다를 고려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일이 과연 산과만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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