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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엄마 Nov 22. 2020

엄마 과학자 생존기 - 29화

29화. 감염병 시대의 일회용품이란...

29화. 감염병 시대의 일회용품이란



아이는 이제 만 6세가 되었다. 엄마의 커리어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건 말건, 아빠의 진급이 롤러코스터를 타던 말던.... 아이는 다행히 무럭무럭 크고 있다. 물론 엄마 아빠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는 알 필요 없이 말이다.


암튼, 아이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중이다. 작년까지 유치원에서 놀기만 하던 거 같은데, 최근 아이는 삶을 사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유치원에서 배워오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환경", "기후위기" 이슈이다. 굉장히 중요한 파트라 우리 부부도 아이가 유치원에서 듣고 오는 내용에 대해 집중해주고 있는데, 최근 부딪히는 부분이 생겼다.


아이는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우리를 구박하고 있다. 이유는 엄마 아빠가 화학자이기 때문이라 했다.

음.... 음.... 선생님께 배우기를, 화학자들 때문에 지구가 망가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얼결에 아들 녀석에게 구박을 받고 있다. 사실 이런 환경 이슈로 아이와 부딪히기 시작한 지는 좀 되었다. 아이는 교육과정에 따라 분리수거를 배우고,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고 배우고 있다. 문제는 엄마 아빠의 성향 상 우리 집은 절대로 일회용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사실 나는 일회용품 몇 가지를 꽤나 즐겨 사용한다. 아마 우리 친애하는 지구하마 언니들에게 혼이 날지도 모르지만.... 나름의 사연은 있다.


연구직 출신인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세균이다. 물론 나는 화학자라 세균을 직접 배양하거나 혹은 세균을 가지고 실험을 직접 하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세균 연구하는 친구들을 자주 봐서 인지.... 난 참 세균이 싫다. 세균도 싫고 곰팡이도 싫고... 그러한 이유로 집 안에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할 기회를 없애고 있다. 그냥 직업병이다 직업병. 실험을 한 뒤, 항상 물과 아세톤으로 혹은 에탄올로 테이블을 닦았던 습관에서 나온 직업병. 그 직업병은 집안 청소로 그대로 옮겨와 반영된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할 확률이 매우 높은 수세미나, 행주는 일회용을 사용한다. 수세미의 최대 사용하는 기간은 한 달, 행주는 그때그때 사용하고 버린다. 매일매일 청소를 해도 싱크대 주변이 청결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다회용 행주나 수세미를 청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용 후, 바짝 건조해서 사용한다던지, 표백제에 담근다던지, 혹은 전자레인지나 식기세척기를 이용해서 살균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품을 들이기엔 집에 귀가한 뒤 내가 너무 피곤하다.


우리는 실험을 할 때 다양한 실험기구를 사용한다. 다양한 실험기구 중, 우리는 절반은 일회용, 절반은 다회용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실험기구가 모두 다회용이지만, 일부 꼭 1회 사용 후 버려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시료가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pipet이라고 불리는 것들, 그리고 sylinge나 niddle은 다회 사용하지 않고,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1회 사용 후 버린다. 아! 실험실에서 이용하는 라텍스나 마스크도 역시 한번 사용 후 버리곤 한다. 마찬가지로 시약의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서이고, 혹시 글러브나 마스크에 묻어 있는 시약이 다른 장소에 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장갑을 끼고 다니고, 마스크를 쓰는 상황인데, 내가 실험을 하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마스크도 수시로 갈아야 하고, 장갑도 수시로 갈아야 함이 맞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울 뿐...


일회용품 사용은 분명 쓰레기 배출 관점에서는 이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반면, 지금이 감염병 시국이란 지점이 걸린다. 다회용 제품들은 잘 세척하고 잘 말리지 않고서는 늘 세균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다. 아는 게 죄라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게 내 손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내 입장에서, 일회용품은 최소한 세균과 덜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그러나 이런 지점을 아이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구구절절하여 말하기가 불편하다. 그리고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말하는 게 왠지 유치원에서 배운 이야기를 반박하는 거 같아서 불편하기도 하다. 또한 살짝 억울한 게, 아니 왜 맨날 환경오염의 주범은 화학자인 건지... 굳이 정확하게 집어주자면 생각 없이 산업혁명을 통해 신나게 공장 돌리고 배기가스 막 내보낸 이들 책임이 아니겠는가?

당시 세상을 살던 이들의 무지가 오염을 불러일으켰고, 후대는 지금 위에서 망친 거 해결하느라 고생하는 거 아니겠는가?

Green chemistry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뭐 친환경 소리겠지만)

1세대 산업이 보급을 했고, 2세대 산업에서는 기능을 말했고, 이제 3세대 산업에서는 후손을 위한 산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에 벌려놓은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과거에 일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이제 알려진 탓으로 (기술이 이제 발전해서 알아낸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환경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후드마다 헤파필터를 연결하여 실험 시 나오는 유해 가스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게 하려 하고,

썩는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개발도 했고)

환경에 위해가 된다는 것들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화학자들이다.


그런데 화학 관련 이슈만 터지면 욕먹는 것도 우리다 ㅋㅋㅋㅋ

그럴 때마다 늘 참 억울하다.

아들 붙들고 엄마 아빠 그런 사람 아니라고 떠드는 것도 한두 번이지, 뭐 그랬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하도 환경보호를 외쳐대는 통에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하고 택배 줄이기를 선언했었다. 택배 포장으로 발생되는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아이의 유치원 생활을 돕고자 했었다.


이는 실패했다. 코로나 상황이 과하게 지속되면서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론은 실패했고 그냥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버티며 분리수거라도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들에게 구박을 좀이라도 덜 받으려면 별수 없달까...

지금 상황이 딱 그런 것 같다. 흘러가는 대로,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지내는 것이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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