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엄마 과학자 육아기
출산휴가가 결정된 뒤, 다음으로 걱정해야 하는 일가 생겼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나의 탐구의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연구실에 출근을 하던 시기...
배불뚝이 제자의 멘토가 되어준 랩에 많은 남자 박사님들....
(우리 팀은 박사님들만 7명 있는 거대 랩이었으나, 이 중 여자박사님은 1분...그러나 딩크....조언불가)
하나같이 내가 걱정이 되어 오며가며 내 자리 주변에 두런두런 모이시면 한결같이 애 키우는 방법에 대해 토론해주셨다.
덕분에 아이를 어 떻 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번 제안 - by 지도 박사님
부모님에게 맡겨라!
실제 본인이 손자 양육 경험을 갖고 계셨던 지도 박사님은 너도 부모님에게 맡기라는 깔끔한 정리를 해주셨다.
2번 제안 - by 뒷자리 박사님
이 주변에 어린이집은 많다. 어린이집을 보내라!
이 의견엔 우리 지도박사님 제외 많은 분들이 동의해주셨다. 이분들께서 나에게 이야기 해준 것 중 가장 와닿는 말이 있어 결국 내가 2번 제안에 혹 해버렸는데...그 이야기가 이랬다.
"OO아, 아이는 할 수 있는한 직접 키워. 우리 첫애때 나도 박사과정이고 와이프도 일 다니고 그래서 우리는 장모님께 맡기고, 주말 부부로 살았거든? 그게 편하긴 정말 편했는데, 지금 와서 내가 생각해보면 나는 우리 큰애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기억나는게 없더라. 아기때 내가 애를 직접 키우질 않아서, 얘가 잠은 어떻게 자는 아이인지, 원래 성격이 까칠했던건지, 뒤집기를 먼저한건지 손을 먼저 빤건지 기억나는게 없어. 나중에 애 3살쯤 되서 같이 미국 나가서 지내니까 애는 애대로 내가 낯설어서 힘들고, 나는 나대로 애가 낯설어서 힘들고...야 그거 힘들더라. 그러니까 너는 할 수 있음 네가 키워. 우리가 도와줄테니까 직접 키울 수 있음 그렇게 해"
아......씨..........
선배님 이렇게 저를 감동시키면 제가 그렇게...하게....되자나요...ㅠㅠ
(멘트의 주인공은 하필이면 석사 대학원 랩선배......ㅠㅠ)
다행히 우리 랩에 계신 박사님들은 유학시절 아이를 직접 케어한 경험들이 계셨다. 심지어 손주 양육까지..오호...그리고 마지막 저 멘트에 훌렁 넘어갔다.....(저게 육아 지옥행 특급열차인줄 몰랐음...ㅠㅠ)
요즘 어린이집 시간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부모님이 봐주시는게 best, 그렇지 않다면 second plan은 어린이집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다. 덧붙여 본인들이 보낸 직장어린이집의 존재도 알려주셨다.
세상 이런 꿀팁이.....
역시, 출산하면 회식은 필참을 하겠노라..내 반드시 박사님들과 이 한몸 불살라 보리라...
라는 헛생각을 하며 얻은 팁대로 연구소 근처 직장 어린이집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는지도 몰랐던 초보 엄마라....
하튼 논문찾던 검색 실력을 200프로 발휘하여 검색된 어린이집은 꽤나 많았으나 (물론 우리 옆 아파트 단지에 있지만...),
박사님들의 강력 추천이 있던 어린이집은 한 곳이었다.
바로바로 연구단지 안에 있는 공공기관 공동 어린이집...
박사님들 말씀이 본인들의 자녀도 그 어린이집을 다니려고 했지만 대기가 많아 쉽지 않다고 했다.
해서 뱃속에서 미리 대기를 걸어두는게 안전하다는 팁도 들었다.
허나, 엄마가 되었는데 어린이집의 기본 교육방침이나 급식이나 아무것도 모르고 무턱대로 대기를 걸 수는 없었다.
게다가 나는 출산휴가만 써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보내려면 0세반이 있는 곳인지를 필수로 확인해야 했다.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될지 안될지도 모르면서 설레발...)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원아모집을 확인했다.
그리고 절망했다....
일단 이 곳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었다.
0세반이 없었다...ㅠㅠ
이곳은 만1세...15개월이 지나야 입학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가 100일정도면 복귀를 해야 했기에 이곳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한살이 되면 갈 수 있을것인가?
노노 못간다...
이 어린이집은 연구단지 안에 있는 연구원에 부모가 둘다 재직하거나 혹은 한명은 재직을 해야 입소 가능하다.
따라서 연구원의 "점"같은 존재인 학연생의 자녀는 해당 없음....(빠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가 다니는 대학원의 어린이집도 찾아보았다.
2016년 개원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리 땡그리는 14년 8월 예정....
이곳도 망.....(아씨...정말...ㅠ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자 지금 나의 문제해결을 위해 다시 정리했다.
내가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조건은 다음 두가지였다.
아이가 등원해야 하는 시기는 생후 3개월 정도..이런 영아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을 찾아라.
영아가 등원하는 어린이집이다. 큰 아이들이 없는 곳을 가자!
가장 중요한 것은 0세인 아이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있는지를 찾았어야 했다.
당시 정부정책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무상보육이 한참일 때였다.(어린이집이 엄청나게 많아졌던 시기이다)
다시 검색의 신을 빙의해서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찾기 시작했다.
대게의 어린이집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1. 가정어린이집
2. 민간어린이집
3. 국공립어린이집 (병설, 단설 등)
4. 공공형 어린이집
이 중 0세반이 있는 어린이집은 찾아보니 거의 대부분 가정어린이집에 개설이 되어 있었다.
0세반은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더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고 했다.
이유는 연령별 반을 만드는 기준 때문이었다.
0세반은 아이 2명당 선생님 한분. 최대 3명당 선생님 한명이 배정되기 때문에,
반이 있어도 정원이 적다...(고로 빠른자가 쟁취하는 시스템...)
마음이 급해졌다.
아이사랑보육포탈이라는 곳에서 우리집 근처 가정어린이집을 싹다 뒤지고,
정보공시를 통해 0세반이 개설된 곳도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렇게 대략 10개의 어린이집이 추려졌다.
남은것은 하나.
확인!
일일이 전화를 했다......(생각해보니 뭐 이런 개고생이...)
"안녕하세요~아이 어린이집 문의 좀 드리려구요~ 혹시 0세반에 자리 있을까요??"
"아니요 어머니 지금은 자리가 없어요. 아이가 언제쯤 입소 예정일까요?"
"아...저...지금 뱃속에 있어서...아이가 8월 예정이거든요..."
"아 네 그러시구나~그럼 어머니 한번 방문 주셔도 되요~"
"아 네...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전화통화의 반복속에
내 나름 호의적이고 수화기 너머로 아이가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리거나
혹은 낮에 아이들과 있어서 전화를 못받는다고 문자를 준 어린이집 한 4군데 정도를 추렸다.
그리고 그 배를 이끌고 여기저기 상담을 다녔다.
상담을 하며 어린이집의 현실과 내가 아는 보육시간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 정부에서 홍보하는 보육정책에서는
어린이집은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반까지 운영한다고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 그 시간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드물었다.
상담을 통해 들은 내용으로는 선생님들의 업무강도가 심해져서 되도록 하원을 일찍한다거나
혹은, 그 시간까지 아이들이 남지 않는다거나 뭐 그렇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나는 퇴근이 6시라 6시 반까지는 아이를 케어해주길 원한다고 하니,
다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 시간까지 남는 친구가 없어 아이가 심심할꺼라 했다.
내가 황당해서 맞벌이 아이들 많다 하지 않았냐고 되물으니,
"네 그렇긴한데요,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을 다 봐주시더라구요~"
라거나
"네 그렇긴한데요, 하원 도우미 쓰시는 분들도 많아서요~"
속으로 온갖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들이 편해야 아이가 편하다는 것은 나 역시 양육자로써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왠지 씁쓸했다. 나는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우리가 결혼하고 직장과 대학원으로 인해 자리를 잡은 곳은 대전.
그러나 나는 원래 서울 사람이고, 신랑은 인천 사람이다.
그리고 시부모님은 맞벌이셨고, 우리 친정 부모님도 함께 일을 하셨다.
이러한 사실을 외할머니랑 친할머니에게 전화로 툴툴거린 적이 있었다.
그런 손녀가 짠했는지,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애를 서울에 보내면 당신들이 봐주시겠다는 소리도 하셨다.
그러나 이제서야 손주 양육에서 벗어난 할머니들을 증손주 양육의 지옥으로 안내할 수는 없었다.
우리 친정 엄마는 4남매의 엄마여서 막내 육아에서 해방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때 막내가 복학생일때...)
앞서 말한대로 난 생각보다 철면피가 아니라서 차마 어른들에게 도와달라 할 수 없었다.
아이 케어문제는 어떻게 되었냐고 양가 부모님, 내 할머니들, 우리 고모, 작은아버지들이 물어보면
어린이집에 보내면된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알아보니 교육환경이 마음에 들고 하원시간이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많은 생각을 했던 시기였다.
어린이집 보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일까.
정부에서는 아이를 케어해주겠다고 했다.
어린이집이 많아졌고, 맞벌이 부모를 두면 환영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대게 4시면 하원을 했다.
문제는 일반적인 근로자들은 대게 9시 출근 6시 퇴근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7시 반을 말하지만,
실제 어린이집은 대게 10시~4시의 운영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그랬다.
왜 어린이집에서 그런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양육자는 부모가 되는 것이 옳고, 주양육자와 긴 시간 떨어져서 기관생활을 하는 것은 영유아의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특히 전염병 문제..)
주양육자와 기관의 양육방침이 같으면 모를까 조금이라도 다르면 아이가 느낄 혼란이 크다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6시 퇴근을 했고, 퇴근해서 픽업하면 빨라야 6시 반이니 그 시간까지는 아이 케어가 필요했다.
그리고 학생 월급을 쪼개 하원도우미를 쓸 형편도 되지 않았다.
아이를 위한 환경에서의 하원시간과 실제 근로를 하는 내 시간은 전혀 맞지 않았다.
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일찍 퇴근은 불가능했고 (이공계 학생 특유의...)
우리 신랑 역시 나와 동일한 유기합성연구원이었기 때문에 6시 퇴근은 꿈 같은 이야기였다.
우리의 현실과 보육현실은 너무나도 거리감이 컸다.
하원도우미를 위해 정부도우미도 알아보았다.
대기가 한참이라 했다. 지금 신청하면 1년 뒤에 배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서 제공하고 금방 될 것 같았던 정책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여 어딜 가던지 다 대기였다.
어린이집은 3~6개월, 정부도우미는 짧아야 1년...
정부정책과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었다. 하원도우미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는 혹시 모르니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두고, 정부도우미가 안되면 사설업체라도 구하자고 합의를 했다.
우리와 같은 양육관을 가지고 계신 원장님이 있는 작은 어린이집에 7개월에 대기를 걸었다.ㅠㅠ
물론 4시 하원이었다...
이 내용을 알아보며 신랑과 내가 한가지 다행이라 생각한 점이 있었다.
이 현실을 우리는 그래도 임신 7~8개월에 알았다는 사실이다.
이 내용을 출산 후 찾아보았다면 우리는 더 멘붕에 빠졌을텐데, 미리 알아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별걸 다 위로를....ㅠㅠ)
이때도 그랬으나, 지금도 여전히 많은 어린이집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이른 하원을 한다.
아이들은 기관에 오래 있지 않아도 되서 좋은것이고
선생님들은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아서 좋은...그런 일일 것이다.
선생님들도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빠인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에게 12시간의 노동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어린이집을 12시간 운영을 못하게 하면, 우리같은 근로자들은 아이를 맡길 수가 없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교대근무가 이루어지고,
이용 시간대가 다양한 어린이집이 필요하며
선생님당 아이수가 줄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생님들의 근로조건이 좋아지면, 이용시간에 상관없이 선생님들이 적절한 시간 노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감소할 것이다.
아이들은 늘 기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우리같은 부모는 선생님들에게 미안해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 적절한 퇴근시간에 맞춰 아이를 케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 하원시간에 맞추기 위해 뛰고, 난폭운전을 하는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이 꿈이 실현되기를 매일 꿈꾼다.
이제 땡그리가 6살이라 어린이집도 다니지 않아서 해당이 없을지도 모르고,
나에겐 지나간 일이기도 하지만, 이 꿈이 꼭 실현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다.
나는 누릴 수 없었지만, 누군가 내 뒤에 오는 사람은 누리기를...
그리고 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처럼 난폭운전을 해가며 하원시간을 맞추기 위해 동동거리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하는엄마들이 되었고, ESC회원이 되어 오지랖을 부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글로 투덜거리며, 이거 정말 불편했다고 말하는 것 뿐이지만,
이 불편함이 밖으로 드러나 모두가 불편했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야 바뀔 테니까.
말하지 않으면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양육자 생활 7년이 되고 알았기 때문에, 오늘도 투덜거리러 나간다.
참! 다행히 땡그리는 6시까지 봐주신다고 하는 어린이집을 찾아내 다닐 수 있었다.
또한 지도박사님께서 도와주셔서 퇴근시간이 조정되어 30분 일찍 퇴근이 결정되었다.
주변 도움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때 온 마을이 필요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