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우즈베키스탄이다 (1)
내게 여행은 어떤 곳에 가고 싶다는 호기심이나 관심에서 시작된다기보다는 떠나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된다. 그게 어디든 지금 내 조건에 맞는 곳이라면 일단 떠나는 게 나의 여행이다. 그래서 여행지를 고를 때도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내 상황과 형편을 고려해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시간이나 돈 같은 것 말이다.
스카이스캐너를 열어 ‘어디든지’ 탭을 눌러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최저가 항공권을 찾거나 땡처리 항공을 열어 출발 날짜가 임박한 말 그대로 ‘땡처리하는 항공권’을 구매하기도 한다. 요즘 말로 하면 MBTI에서 P형 인간의 전형이라고 하면 될까.
그리고 또 하나 여행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현지에 재워주고 먹여줄 친구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솔직히 이게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소인데 소위 여행작가로서 여행지 선정에 좀 더 근사한 이유 들면 있어 보이고 좋으련만, 이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행자에게 숙박비가 얼마나 많은 예산을 차지하는지 아는 여행자라면 그다지 황당한 이유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날 반겨주는 친구가 있고 심지어 재워주고 먹여주고 여행 정보까지 제공해 준다면 이런 기회를 날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번 여행지가 우즈베키스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뜻하지 않게 오래 은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던 시간 동안 떠나고 싶은 열망이 차올랐고, 드디어 떠날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장 갈 수 있는 곳. 게다가 기꺼이 숙박을 제공해 주겠다는 친구가 있는 곳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안 갈 이유가 없는 곳. 아니 꼭 갈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듯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진 곳. 그래서 이번에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중세 이슬람 유적과 옛 실크로드 흔적, 샤슬릭과 라그만 등 우즈베키스탄에서 봐야 할 것과 먹어야 할 것들을 두서없이 머리에 집어넣었다. 다소 성급하고 엉뚱하게 정한 여행지일지라도 얼마 만에 가는 여행인데 대충 지내다 올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는 어느새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인천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까지는 비행기로 약 7시간 거리. 런던이나 파리 가는 시간의 반절이고 방콕 가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우즈베키스탄은 생각보다 꽤 가까운 편이다. 타슈켄트행 직항도 매일 3편이 운행되고 있으며 비자도 필요 없다. 이제껏 가볼 생각을 안 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한적한 타슈켄트 공항을 나오니 그제야 여행을 왔다는 실감이 났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마저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 설렘이 최고치를 찍는가 싶었던 그때였다.
“탁시! 탁시!”
“한국 사람? 택시?”
우즈베키스탄어와 한국어가 섞인 혼돈의 상황 속에 아저씨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들이었다. 도착의 설렘은 곧 긴장감으로 바뀌며 그렇게 우즈베키스탄 여행의 첫 미션이 주어졌다.
나는 과연 이들 중 괜찮은 택시를 골라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예요가 우즈베키스탄 말로 뭐였더라?
우즈베키스탄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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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에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격주로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