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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Jul 27. 2018

그 날의 서툰 대화

체코_프라하

어제도 가고, 오늘 낮에도 갔던 카렐교.

낮에는 개똥을 밟고 발을 질질 끌며 다리를 건넜는데 밤이 되니 개똥 같은 건 잊게 되고 역시나 카렐교의 야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여기는 프라하였다.


"여기가 좋아?" 


몇 번이나 다리 끝에서 끝까지 왔다 갔다 하다가 잠시 쉬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갑자기 듣기엔 뭐가 그렇게 좋아서 헤벌쭉 웃으며 뛰어다니냐? 하는 것 같았다. 낮에는 개똥을 주더니 밤에는 또 이런 시비를 주나?


카렐교여 제발!



"정말 좋은데? 너는 싫어?"

"아무리 좋아도 매일 보면 별로야. 강은 매일 흐르고 있잖아. 매일!"


"아, 너는 여기 살고 있어?"

"그래 난 여기 살지. 프라~하!" 


한 손에는 맥주병을 들고, 이미 몇 병은 마신 것 같은 얼굴로 프라~하! 를 말하던 그 남자.  


"좋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프라하에 살다니."


하도 들어서 지겹다는 표정으로 영혼 없이 어깨를 으쓱. 내 질문에는 그게 대답의 전부인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하는 그 표정이란.  


"그럼 넌 어디에서 왔는데? 서울? 코리아? 오 마이 갓! 거긴 대체 얼마나 먼 곳이야?

그곳은 어떤데? 거긴 어떻길래 여기까지 온 거야?" 


음, 서울은 말이지 여기서 비행기를 타고 열몇 시간을 가야만 하는 곳인데...


그 정도에서 대화는 멈추었다. 서울이 어딘지, 여기서 얼마나 먼 곳인지, 내가 왜 여기 왔는지, 거기도 여기처럼 강이 있는데... 까지 가는 건 아무래도 아니니까. 게다가 서울이 어딘지 그는 전혀 궁금해하는 것 같지 않았다.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다시 묻지 않았고 그는 맥주만 마실 뿐이었다.  


얼마나 먼지 도대체 감도 안 잡힐 만큼 먼 곳에서 날아와 여기 있는 나를 너는 이해를 못하는 것인지, 혹은 부러워했던 것인지. 이방인에게는 좋기만 한 이 다리 위 풍경이 어쩌면 너에게는 다른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차라리 못 알아들은 너의 언어로 말을 걸었다면 안녕~ 손이라도 흔들고 돌아섰을 텐데. 너에게도 나에게도 어설픈 언어였기에 우리의 대화가 서툴기만 하구나.


굿 럭 


먼저 돌아선 건 그 남자였다. 다 마신 맥주병을 흔들며 이제 충분하다는 듯이. 


그래 안녕. 

그 말은 언제나 명확하게 들리니까. 우리의 대화도 그럭저럭 마무리된 거야. 


너에게도 굿한 럭키가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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