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전, 자존감 올리기
소위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인지 글을 쓰는 방법, 그것도 '잘' 쓰는 법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해준 적이 없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대충 책을 많이 읽으라던가, 일단 쓰고 보라는 무책임한 말 따위를 해서 상대를 늘 실망시키곤 했다.
왜 속 시원한 답을 못해주는 걸까?
정말 글을 잘 쓰는 방법이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과연 글을 잘 쓰는 그런 방법이라는 게 있긴 있는 걸까, 또 잘 쓴 글이란 뭐란 말인가, 하는 의문만 생길 뿐 도무지 그 답을 모르겠다.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서 누가 물어보면 외워서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망했다.
그런데 왜 저런 뻔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못하는지 생각해보니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라거나, 언제부터 글을 '잘' 썼냐는 질문.
답을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놈의 '잘'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그래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글을 '잘' 써본 적이 없는데 그 방법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도 알고 싶다. 그 방법을.
사람들은 글을 쓰기도 전에 잘 쓰려고 한다. 아니 도대체 왜?
운동이나 악기 같은 걸 배울 때 시작하자마자 잘할 수 없다는 건 알면서 글은 꼭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한다. 수영을 배우자마자 박태환처럼 할 수 없는 것처럼 글도 쓰자마자 유명 작가처럼 잘 쓸 수 없다.
그리고 수영을 배울 때 박태환이 되려고 배우는 게 아닌데(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글을 쓸 때 굳이 누구처럼 잘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잘 쓰려는 부담만 버려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잘' 빼고,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굳이 잘 쓰려고 해서 쓰기도 전에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말자.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으므로 일단 쓰면 된다. 그렇게 쓰다 보면 언젠가 잘 쓰는 날도 오지 않을까. 나도 그런 희망으로 오늘도 이렇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