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콤플렉스

쓰기 전, 자존감 올리기

by 서작가
글이 쉽게 읽혀서 금세 한 권을 읽었어요.


첫 책 <내 안의 그대, 러시안 블루>를 읽은 독자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감출 수가 없었다. 마치 내게 '쉬운 글이나 쓰는 가벼운 작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창피해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사실 '술술 잘 읽히는 쉬운 글'은 남들은 모르는 나의 글쓰기 콤플렉스였다.

방송글을 오래 쓰다 보니 눈으로 읽는 글이 아닌 귀에 잘 들리는 단어와 문장으로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습관화되었다. 같은 단어라도 한 번에 이해되는 단어를 쓰고, 발음이 어려운 단어도 피했다. 다시 곱씹을 수 있는 문자화 된 글이 아닌 내레이터의 말로 흩어져버리는 글이니 한 번만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게 간결하게 써야 했다. 그런 게 그렇게 몸에 익은 글쓰기가 책을 쓸 때 나를 수시로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무슨 의미로 쓴 것인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고 싶다.

나도 두 번 세 번 곱씹는 문장을 쓰고 싶다.


이런 열망(?) 이 글을 쓰며 끓어오를 때는 일부러 어려운 단어를 써보기도 하고 쉼표가 세 개쯤 들어간 긴 문장으로 써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볼 때면 영 거슬렸다. 내가 쓴 것 같지 않고 남의 글을 복사해 붙여놓은 것처럼 어색했다.


작가라면 당연히 문장에 깊이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쉬운 내 글은 쓱 읽고 버려지는 것 같아 자신감이 떨어지곤 했다.


그게 너의 글의 장점인데?
쉽게 쓰고 싶어도 못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걸 알잖아.


나의 푸념에 나의 독자인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쉽게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이 많다고? 어렵게 쓰는 게 더 어려운 거 아니야? 하긴,


-걸어서 30분 정도 걸립니다.


라는 문장을


-도보로 약 3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로 써서 보내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나를 생각해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쉽게 쓸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쉽게 납득되는 편)


문장이란 일종의 스타일이므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도 10년 넘게 방송 글을 쓰다 보니 쉽고 간결한 글이 나도 모르게 내 스타일이 되었다. 그리고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내 스타일을 남들은 장점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일단 내가 가진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 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능력을 콤플렉스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리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보자. 아직 쓰기 전이니까. 하기도 전에 주눅 들 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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