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바이올린으로 글을 썼으면 좋겠다.
김영하 작가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예술가에 비해 작가의 작업 도구가 평범해서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얘기하자 옆에 있던 김중혁 작가가 한 말이다. 이 말에 나도 공감했다.
작가에게 꼭 필요한 작업도구란 뭘까?
노트북. 여의치 않으면 휴대폰 메모장. 그것도 아니면 종이와 펜. 종이가 없으면 사실 펜 하나만 있어도 된다. 글을 쓰기 위해 큰돈이 안 든다는 건 참 다행이긴 한데 때로는 그래서 안 쓰는 마음이 더 쉽게 든다. 투자비용(?)이 안 들었으니 포기하기도 쉬워진다. 미리 들인 돈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 수긍이 갈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나는 글쓰기 '도구'에 투자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든 종이와 펜만 있으면 글을 쓸 수는 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아니니까 나를 위해, 내 글의 질을 좀 더 올려줄 도구에 투자하는 것이다.(물론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몇 년 전 글쓰기 모임에 나가기로 하고 제일 먼저 노트북을 샀다.
물론 노트북이 이미 있었고 낡긴 했지만 글을 쓰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꽤 오랜 시간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던 터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낡은 노트북에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노트북을 새로 샀다. 새 마음으로 새 글을 새 노트북에 쓰기 위해서였다.
두껍고 무거운 낡은 구형 노트북 대신 얇고 가벼운, 은색으로 빛나서 마치 '맥북처럼 보이는' 노트북이었다. 문서작업과 인터넷 서핑만 가능한 저사양 노트북이었지만 오직 글을 쓰기 위해 샀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게다가 맥북처럼 보였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윈도우 사용자)
흔히 스포츠나 악기를 배울 때 아무리 초보라도 제대로 갖추고 배우라고 조언한다. 도구나 의상 등을 제대로 갖추고 하는 것과 아닌 것은 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자 마음먹었으면 내게 필요한 글쓰기 도구를 하나쯤은 제대로 마련하고 시작해 보자. 나는 '맥북처럼 보이는' 노트북을 샀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근사한 만년필을 살 수도, 마음에 드는 노트를 살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나만의 도구에 투자하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분위기를 갖추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