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인 독자 딱 한 사람이면 돼

쓰기 전, 자존감 올리기

by 서작가

내 글을 기대하는 사람도 없으니 개의치 않고 용기 내어 어쨌든 쓰긴 썼다.

쑥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건 당연한 마음. 하지만 어딘가에 올려 두어도 누가 읽는지 마는지 알 수 없다. (흔한 '좋아요'요 없을 때의 심정이란)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내 마음 저 밑에 눌러놓았던 자괴감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아무도 안 보는 글은 일기장에나 써!"




첫 책 "내 안의 그대, 러시안 블루'를 쓰려고 생각했던 건 첫 러시아 여행을 다녀와서였다. 러시아 여행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지만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위해서는 다시 러시아를 다녀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6살짜리 아이가 있었고, 모아둔 돈도 없었으며(이미 첫 여행으로 카드 빚이 쌓여 있었고) 책을 쓰겠다는 건 나 혼자만의 계획이었지 책을 내주겠다는 곳도 당연히 없었다.

여름에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겨울에 또다시, 그것도 혼자 간다고 하니 누구도 마음 편하게 다녀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책을 쓰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얘기했지만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마치 놀러 가고 싶어 핑계를 대는 것처럼 들리는 건 아닐까, 말하는 나마저 의심스러웠다.


어쨌든 꾸역꾸역 혼자 여행을 갔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책을 쓰겠다는 건 여전히 내 마음속에만 있는 불투명한 계획일 뿐이었다. 누가 내 여행기에 관심 있을까, 누가 내 글을 책으로 내줄까. 사실 나 스스로도 확신이 전혀 없었다.


"나 혼자 뜬구름 잡는 걸까?"

"그게 무슨 뜬구름이야. 쓰고 싶으면 쓰는 거지! 네 글을 보고도 책 내주겠다는 출판사 없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내줄 테니까!"


복잡한 내 심정을 말하자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그까짓 거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뭐가 걱정이냐며.

그 말에 갑자기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일단 쓰면 되는 것이고,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책을 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그래도 안되면, 친구가 내준단다. 해결된 거 아닌가?


결국 그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 이후 꼭 1년 만에 책이 나왔다. (친구가 내준 건 아니고) 출판사에서 정식 계약을 하고 낸 나의 첫 책 "내 안의 그대, 러시안 블루".


출판된 책에 사인을 해서 친구에게 건네며 물었다.


"너 진짜 안되면 네가 책 내주려고 했어? 어떻게?"

"내가 무슨 수로 책을 내주냐? 다 잘 될 거 알고 했던 말이지."


어이없어하는 나에게 친구가 덧붙였다.


"내가 네 글을 이제까지 읽었는데 그걸 몰랐겠니? 너는 당연한 걸 고민하더라."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나를 확신해준 건 언제나 내 편인 독자, 친구였다. 어딘가에 흘려놓았던 자질구레한 글까지 읽었던 친구는 때때로 '좋아요'는 잊었을지언정 내 글의 충실한 독자로 나를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그 독자의 성원(?)에 힘입어 출간 작가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아무도 관심 없는 것 같아 보이는 나의 글이지만 분명 내 편인 독자가 (적어도) 한 사람은 있다.

무조건 '예스, 오케이, 굿'만 해주는 독자라면 더 좋다.

수많은 독자에게 인기 있는 글이 아닌 그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당당하게 내 글을 보여주고 칭찬만 잔뜩 듣는다면 우린 분명 자괴감이 아닌 자신감을 얻을 테니까.


아무도 안 보는 글이 아니다.

(단 한 명일지라도) 백 퍼센트 내 편인 독자를 위해 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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